정해진 미래

얼마전 김범수 의장이 자신의 자녀는 대학에 보내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사석에서 했다고 한다. 자신은 서울대를 나왔으면서,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단순히 4차 산업 혁명으로 인한 구조 조정때문에? 그렇다고 자식의 미래를 누구도 걷지 못한 길로? 나의 우문에 Stan Kim님은 정해진 미래 도서를 추천했다. (그의 추천 서적을 읽은건 안티프래질 이후 두번째이다.) 역시나 현답이었다. 조영태 교수는 인구 구조의 변화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했다. 그리고 팩트를 기반으로 한 그의 예측은 아찔했다.

사교육은 더이상 효용이 없다. 직장인을 위한 피아노 과정, 초중고 학생을 위한 태권도 강좌 등 수많은 찌라시를 주변에서 볼 수 있지만, 사교육 99% 목적은 대학 입시다. 왜 월급의 1/3을 자식 사교육에 투자해서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했을까? 과거에는 분명 좋은 대학이 좋은 직업 그리고 직장에 대한 보증수표였다. 교수,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부터 대기업, 공무원직까지 대학 졸업장을 지니지 못한 이를 찾는건 세상에 이런일이 감이었다. 그러나 미래에는 둘간의 상관 관계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다. 먼저 좋은 직장의 정의가 달라질 수 있다. 대표적인 안정적인 직업인 교사. 그들의 고객은 학생이다. 초등학교 교실에 50-60명이 꾸역꾸역 모여서 수업하고, 이마저 모자라 오전/오후반 나눠서 등교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 이들이라면 인당 학생수 과다로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신문의 컬럼을 지겹게 읽었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컬럼 논조가 달라졌다. 현재 학교 교실을 복도에서 어깨 너머로 본다면 놀랄 수 밖에 없다. 교실 안에서 공부하는 학생수는 20명 미만이며, 담임과 부담임이 함께 있다. 드디어 우리나라 교사 인당 학생수가 OECD 평균인 13명에 접근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매년 교대에서 배출하는 졸업생은 늘어나고 있으며(교육질을 우려하는 수많은 컬럼 때문에…), 반대로 학생수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교사 인당 학생수가 전세계 최소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마냥 교육질 향상을 기뻐해야 하나? 지금도 임용고시를 준비중인 수많은 교대 졸업생들은 어떻게 될까? 변호사와 의사라는 직업이 AI의 위협을 수없이 받고 있다는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겠다. 현재 안정적인 좋은 직장은 미래에는 분명 그렇지 못할 것이다.

더불어 세대간 갈등이 대졸자를 위한 자리를 옥죌 수 있다. 1세대 베이비부머(55년-63년)는 은퇴를 시작했다. 그들은 기꺼이 젊은 세대에게 길을 내어주었다. 문제는 2번째 베이비부머 세대(64년-72년생)이다. 이들은 일단 쪽수가 1차 베이비부머 세대 평균 87만을 넘는 97만 수준이며, 특히, 69-71년생은 100만을 넘는 거대한 세대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1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하면서 치킨집 창업, 우울증 등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목도했다. ‘회사 밖은 지옥이야.’ 라는 외침에 결코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이미 ‘13년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한차례 연장했다. 사실 정년 연장은 정부 입장에서도 매우 유익(?)한 정책이다. 연금 수령 년도를 늦출 수 있는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이들 위에 있던 1세대 베이비부머는 이미 은퇴했다. 이후 세대는 숫자 측면에서 적수가 되지 않는다. 현재 45만이며, 앞으로는 30만대까지 낮아질 것이다. 자연적인 비율만 봐도 100만대 45만으로 다윗과 골리앗 수준으로 부장 3명에 대리 1명 있는 구조가 절대 어색하지 않다. 더욱이 2세대는 자신감까지 갖췄다. 그들을 모시기 위해 수많은 기업들은 대학에서 지원 원서를 들고 대기 했다. 위에 제대로 교육을 받은 분들이 없었기에 나이어린 대리가 직접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그들 눈에 이후 세대 후배들은 나약하게 보일 뿐이다. 나 아니면 안된다.

다음은 자명하지 않은가? 정년을 없애거나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경제 성장이 폭발적으로 이뤄지면, 엄청난 인력이 필요하여 관계없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더이상 추가 고용이 필요없다. 저성장 시대에는 기존에 있던 것을 지키고 운영 잘하는 것이 필요하지, 새로운 시각으로 모험 떠날 생각은 없다. 안타깝게도 기성 세대가 걸어갔던 그 길은 앞으로 입구가 굉장히 좁아질 것이다.

어쩌면 이번 선거는 제1차 베이비부머 세대와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간 대결에서 힘이 2차로 넘어가는 주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겠다. 더이상 홍준표 후보의 1세대 대변 논리가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것을 봐서도 말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모두 2차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변한다. 부디 새로운 대통령은 세대간 갈등이 더욱 가속화되는 이때, 약자 세대를 약자 세대 눈으로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