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fragile

“바람은 촛불 하나는 꺼뜨리지만, 불은 살린다.”

책덮는 순간이 초조하게 느껴질 만큼, 그의 직설적인 조언은 끝까지 관심을 내려 놓지 못하게 한다. 뉴욕 트레이더 출신의 나심 탈레브 교수가 주창한 ‘Antifragile’을 해석하자면, 맷집이 아닐까 싶다. 권투 선수가 스트레이트를 맞아도, 툭툭 털고 바로 일어나는 그 ‘맷집’말이다. 비단 권투뿐만 아니라, 상황/직업별로 맷집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소득이 ‘0’이 되는 위험에 대해서, 대기업에서 지속적으로 월급을 받아온 회사원보다 숱하게 손님이 없는 공포를 이겨낸 택시기사가 맷집이 좋다.

왜 맷집이 필요한가? 도래하는 리스크가 점차 예측 불가능해지고, 그 세기가 증폭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근 몇년간의 사례를 정량화하여, 최선/최악의 시나리오를 세우고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 그러나 저자가 ‘블랙스완’으로 표현했던 최근 몇년간의 금융위기는 유래가 없는 전세계적 충격을 가져와 사람들의 혼을 빼놓았다. 주목할 점은 재발을 막기 위해 원인을 분석하려고 해도, 촉매간 높은 상호의존성과 복잡한 시스템으로 원인 파악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한발 나아가, 2008년 이후 불과 3년만에 금융위기가 재발한 것처럼 위기 발생 간극이 점차 줄고 있다. 대비를 할 수도, 예측도 불가능하니…무질서의 위험에 빠졌을 때, 얼마나 빠른 회복력을 보이는지가 삶의 관건이 된 것이다.

맷집을 기르기 위해서는 익숙함을 지양해야 한다. 옵션 공매도와 같이 지속적/규적으로 (+) 수익률을 가져가다 보면, 위기가 닥쳤을 때 손실 규모에 눌려 회복이 어렵다. 가변성(Flexibility)을 내재화하기 위한 학습에 기꺼이 옵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회사원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팀이나 부서를 바꾼다던지, 가끔 멀리 여행을 떠나며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기계적인 익숙함에서 벗어나 강건함을 가진다는 것은 생명의 본질이다. 무생물은 유해함 노출이 독성의 축적으로 이어지나, 인간은 적당량의 스트레스가 오히려 면역력 증가로 이어지는 호르메시스 효과를 지니지 않던가? 간헐적 단식이 몸에 이로운 이유다.

맷집의 유효성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오랜 시간 살아남은 것이 곧 맷집이 좋다. 적어도 몇백년은 된 와인과 치즈를 즐기는 것이 맷집 면에서 안전해 보인다. 반면, 현대의 새로운 기술들은 맷집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몇 차례의 임상실험을 근거로 상용화된 수술 혹은 약품이나, 급성 다이어트 툴을 이용하는건, 돈을 주고 맷집 실험에 참여하는 것과 같다. 사상 측면에서 보면, 불과 몇 십년밖에 지나지 않은 물질 만능주의, 경제 조건으로 행복을 정의하는 사고는 위험할 수 있으며, 수백년에 걸친 논쟁으로 형성된 철학이 궁극적인 행복 추구에 더 적합하다. 역사적인 기록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멋진 책을 선물해준 Stan Kim 형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기적인 유전자(Selfish Gene)’가 불편했던 이라면 작가의 고집에 미간 주름이 생길 수 있으나, 이 두꺼운 책은 분명한 메시지가 있고, 읽을 가치가 있다. 심지어 새로운 가짓/상품이 출시되었을 때, 신기능보다 이전 제품 대비 공통점을 찾으면 사야할 이유가 줄어들 것이란 작가의 실질적인 조언도 들어있으니 말이다.

1 thought on “Antifragile”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