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타 파동 그리고 그들의 대응.

해외 ATM에서 돈을 뽑아도 수수료가 없다는 장점때문에 씨티은행으로 바꾸었는데, 쾌적한 지점 환경이며, 인터넷 뱅킹 수수료 무료 등 서비스 면에서 만족을 하고 있다. 하지만 홈페이지를 들어가보고, 여전히 눈쌀이 찌푸려진다. 정신없이 내 컴퓨터에 마구마구 설치를 하는 액티브X때문이다. 왜 미국이나 홍콩같은 타국의 홈페이지에는 없는 이런 쓸데없는 보안 프로그램을 유독 한국에서만 내게 강제하는 것인가? 대한민국이 인터넷강국이기에,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 보안 툴을 설치하고, 또 설치하는 것인가? 키보드 해킹 방지툴에서는 할 말을 잃었다.

이 액티브X만큼 논란이 많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툴도 없었을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생리상 당연히 독점적 요소를 웹에도 심어두었어야 했기에, 이 툴을 익스플로어에 넣어서 배포했다. 마치 사람들이 문서로 MS오피스를 쓰고, 게임은 다이렉트X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툴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가끔 CPU를 100% 잡아 먹을 뿐만 아니라, 보안상 치명적인 허점이 드러났다. 해커들은 허점을 이용해 끊임없이 악용 소프트웨어를 양산해냈고, 이를 막기 위해 보안업체들은 다시 이툴을 이용해 사용자의 PC에 무거운 보안 소프트웨어를 깔았다. 끊임없는 악순환이었다.

도덕적으로도 정보의 접근성에 차별을 두는 이 액티브X는 지탄의 대상이었다. 그동안 ‘국내 인터넷 환경의 특수성’이라는 미명하에, 사용자는 정부 홈페이지에서부터, 대학 홈페이지까지 얼마나 윈도우와 익스플로어 사용을 강요받아 왔는가? 필자 역시 파이어폭스를 껐다가 잠시 익스플로어를 켰다가 반복이 잦았다.

비스타와 익스플로어의 강화된 보안 기능은 이 말많았던 툴의 포기를 의미한다. 사실 익스플로어 6.0 발표부터 이 액티브X 기능에 대한 우려는 마이크로소프트 대내외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기능을 포기할 것임을 암시해왔다. 도덕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흠이 많았던 이 툴을 말이다. 어떤 독점적 요소를 다음 툴에 내재시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의 회사의 이익을 어느 정도 포기할 지 언정, 분명 옳은 일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국내 인터넷의 대응이 거의 전무했다는 사실이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국내 언론은 일제히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을 무기로 국내 인터넷 업체들을 집어 삼킬 듯이 묘사하고 있다. 인터넷 뱅킹, 게임 등은 물론이거니와, 이메일 사용도 어렵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기업체 홈페이지, (특히 은행은 더욱 걱정이다!)를 바꾸게 되었으니 기업들이 엄살을 부릴 만하다. 더군다나 웹표준에 맞추려면 더나은 프로그래머와 기획자가 필요하다. 더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다.

한편 달리 생각해보면, 사실 기업이나 정부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들은 단지 홈페이지를 아웃소싱했을 뿐이고, 번지르르한 컨설턴트의 설명을 믿고, 그들에게 맡겼을 뿐이다. 그들은 보안 패키지를 한꺼번에 팔았고, 국내 대형 SI업체가 제시하는 가격에 울며 겨자먹기로 홈페이지를 맡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마디로 기업입장에서는 웹2.0이니 표준화이니 등은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에게 핵심은 경쟁사보다 화려하고, 멋지게. 가 아니었을까?

책임 문제를 논하기 이전에 인터넷 대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딜로이트를 계기로 외국계 IT 컨설팅 업계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고객을 빼앗기기 싫어서라도 말이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내 사이트들이 한번 더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아가 흔히 말하는 웹표준은 물론, 좀더 쾌적한 인터넷 환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