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ICT 산업 시프트

중국은 제조업이다. 저렴한 인력과 풍부한 자원 그리고 드넓은 내수 시장까지 삼박자를 지니고 있는 ‘제조업의 우주’다. 그러나 중국내 인플레이션으로 임금이 올라가고, 타 국가에서 제조업에 3D프린터/로봇을 활용, 총 비용중 인건비용의 비중을 낮추며, 중국의 이점이 점차 희석되기 시작했다. 중국 증시 하락의 주요 원인이 ‘선진국으로의 제조업 회귀’로 해석되었다. 중국의 산업 시프트가 고민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중국이 제조업이 아닌 타산업으로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미래는 부정적으로 보았다. 2008년 중국의 Xiaonei(校內) 서비스를 처음 보았을 때, Facebook과 한치도 다르지 않은 UI에 당황했었고, 2010년 중국 친구들과 연락하기 위해 QQ서비스를 이용해보았지만, 네이트온 대비 사용이 불편할 뿐 아니라(상대방의 QQ 번호를 외우는 것은 내게 큰 고역이었다.), 무거운 프로그램 용량에 질려 3번 정도 써보고, 프로그램을 삭제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Facebook의 카피캣인 Xiaonei를 제공하는 Renren이라는 회사는 역설적으로 미국에서 53m에 상장되었고, QQ의 모회사인 Tencent는 한국의 카카오톡까지 투자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라는 테마에 끌린 돈탓이었지, 결코 창조적인 소프트웨어/서비스가 창출한 가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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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과 유사한 Xiaonei의 UI>

경험상 인터넷 검열로 Facebook과 Twitter 그리고 Google이 되지 않는 중국에서 인터넷 서비스는 한국 이상으로 갈라파고스화되어, 경쟁도 발전도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한발 양보해도 중국의 PC방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게임과 중국의 앞선 제조업을 온라인 유통(알리바바 )정도 주목할 수 있되, 이외의 모바일/인터넷 영역에서 중국으로부터의 혁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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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키토키를 연상케하는 WeChat의 Hold to Talk>

그러나 최근 경험하게 된 두가지 인터넷 서비스는 나의 확신에 의구심을 던졌다. 먼저 사용해본 WeChat서비스(http://www.wechat.com/ko)는 겉으로 보기에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와 별반 다를바가 없다. WeChat은 라인처럼 캐릭터 구매를 지원하고, 카카오톡처럼 안드로이드, 아이폰 및 블랙베리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한다. 하지만 WeChat은 ‘Hold to Talk’라는 독특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음성 통화와 음성 메시지 서비스의 중간에 있는 이 기능은 버튼을 눌러 채팅 상대에게 간편하게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기능이다. 삐삐에서 음성 사서함 기능을 요긴하게 사용했던 이라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다. 상대의 휴대폰을 흔들어, 주의를 끌수 있는 ‘Shake’기능과 사진/위치 공유 등을 소셜화시킨 ‘Moments’ 기능역시 감탄사가 나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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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TB을 제공하는 Qiwu360 클라우드 서비스>

두번째는 클라우드 서비스이다. 중국내 격한 경쟁을 엄청난 용량을 제공한다. 중국의 백신 회사인 Qiwu360은 36TB의 용량을 간단한 프로세스를 거쳐 제공한다. (http://spapa1004.tistory.com/83) 놀라운 사실은 PC용 프로그램이나 안드로이드용 앱이 마치 드롭박스처럼 업로드나 다운로드를 비롯한 사용이 매우 간편하다는 것이다. 웹 페이지는 내가 기억하는 2008년의 광고가 가득한 중국의 일반적인 홈페이지가 아니라 심플하면서 색감이나 아이콘이 세련되게 구성되었다.(http://yunpan.360.cn) Tencent가 제공하는 10TB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놀랍게도 토렌트의 시드 개념을 도입했다. 아이튠스의 매치 서비스가 모든 파일에 걸쳐 적용이 되어, 내가 업로드하고자 하는 파일이 다른 사용자도 가지고 있다면 이를 매핑하여 가상으로 내가 소유한 것처럼 보여주는 기능이다. 실제 사용자들에게 10TB가 제공된다고 하나, 내가 1GB의 1.avi 파일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용자도 똑같은 파일을 가지고 있다면 각각 1GB씩 2GB의 용량을 사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Tencent는 스토리지에서 1GB만 사용한 셈이다. 중국이 서버를 저렴하게 생산하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깜짝 놀랄 서비스를 내놓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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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운 디자인의 Xiaomi의 Mi3>

2일전 중국의 애플로 불리우는 Xiaomi사의 Mi3가 출시 2분만에 매진이 되었다. 저렴한 가격과 하드웨어 사양만 우선시했던 중국 휴대폰에 대한 통념에 커다란 경종을 울렸다. 중국은 마치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우아한 디자인에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인 MiCloud와 같은 서비스를 결합시켜 더 큰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 OEM공장이었던 중국의 본격적인 체질 개선이 시작되었다. 중국의 변신은 기존의 미국/한국/유럽 등이 주도했던 ICT 시장에 큰 임팩트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