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크라우드 펀딩에 주목하는가?

올해초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주목해왔는데, 주된 이유는 매우 사모적(Private)인 영역인 벤쳐 캐피탈 시장을 공모화(Public)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미 상장되어 창업자의 꿈이 변질된지 오래된 코스닥 회사보다는 설사 실패 확률이 높더라도 창업자와 같은 꿈을 꾸는 투자를 꽤나 일찍부터 작은 투자(Seeding money)부터 시작해보고 싶었다. 애쉬턴 커쳐처럼 좋은 회사를 떡잎부터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의 대표적인 프로젝트였던 페블, 드론 등을 보며 느낀 점은 펀딩이 펀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펀딩은 자기 자본(Equity)와 타인 부채(Debt)로 이루어진다. 펀딩을 통해 자산을 구입하고,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해서 얻은 수익으로 배당(Dividends) 혹은 이자(Interest)를 펀딩의 댓가로 지급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기 자본도 타인의 (이자를 요구하는) 부채도 아닌 선수금(Advance) 성격으로 자금이 회사로 유입된다. 선수금은 재무 관점에서 운전 자본(Working Capital)의 영역으로, 선급금/어음 등과 함께 회사가 흑자 도산하지 않기 위한 현금 흐름 관리 대상으로만 여겨 왔었다. 선수금의 유일한 댓가는 지불의 시간적인 차이만 존재할 뿐이었다.

크라우드 펀딩의 투자자들은 선수금을 회사에 지급하면서 댓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바로 멋진 제품 혹은 공연(현재 많은 크라우드 펀딩의 초점은 인디 아티스트/예술에 맞춰져 있다.)이다. 선수금으로 제품을 생산하여 투자자들에게 이를 판매하는 구조가 이루어지며, 투자자들은 궁극적으로 해당 회사의 고객이 되었다. 동시에 그들은 자기가 받고 싶은 제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커뮤니티에 아이디어를 개진했다. e-ink로 스마트워치를 만들 것이란 아이디어가 킥스타터에 올라온 이후, 투자자들은 15,000개가 넘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즉,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회사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하며, 놀랍게도 제품은 지속적으로 섹시하게 업데이트되며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사랑하는 상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투자자가 소비자도 되고, 경영자가 되는 크라우드 펀딩 구조는 분명 전통적으로 스타트업 창업자가 책상에 앉아 돋보기 안경으로 심사하는 벤쳐캐피탈리스트와 은행을 찾아다니며 돈을 꾸는, 이해 관계자들(Stakeholders)이 엄격히 구분되는 구조와 다르다. 또한 크라우드 펀딩의 엔진인 오픈 소스는 레시피, 기술 및 디자인 등이 다른 회사들이 넘볼 수 없는 핵심 가치로서 절대 공개되면 안된다는 통념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크라우드 펀딩이 신선한 도전이요, 주목할 만한 이유다.

물론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해 대중(Mass)을 기만할 수있는 우려로 금융 관련 규제가 쉽게 풀리기 어려울 것이고, 바쁜 현대인들이 얼마나 높은 동기(Motivation)를 가질지 의문이다. 또한 다수가 경영에 참여하며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 역시 배재할 수 없으며, 소셜 커머스의 인기가 한풀 꺾인 것처럼 크라우드 펀딩도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칠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아이폰과 갤럭시를 들고 다니는 이 세상에서 특이한 아이디어로 나만의 디바이스를 가지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 개천에서 용나는 경우를 보고 싶다. 크라우드 펀딩이라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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