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강의

2014-12-15_12-46-41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에 이어 장하준 교수의 경제학강의를 읽었다. ‘경제학강의’는 한눈에 들어오는 쉬운 언어로 경제학 역사와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이론간 이견과 논쟁에 대해 소개한다. 경제학 이론이 ‘기술’인양, 개별 접근법을 파편화하여 알려주어 독자가 당장 실생활에 응용하기를 저자는 기대한다. 마치 구글글래스처럼 세상을 보는 눈에 적용하기를 고대한다고 할까?

2008년 이전까지 시장은 완벽하다고 믿었다. 신고전주의 관점에서 시장을 개방하고 이기적이되 합리적인 개인의 가능성을 열어주면 우리는 자연스레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예측하지 못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저 ‘정부실패’ 정도에 따라 신고전주의와 케인스학파의 정치적 논쟁 사이를 오가면, 지속적 성장은 가능한 것일가? ‘경제학강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본주의에 대한 학자의 반성과 대안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몇가지 공감이 가는 저자의 Challenge를 소개하고자 한다.
‘생산’에 대한 경제학적 재정의가 필요하다. 신고전주의 관점에서 생산을 노동과 재화를 투입하면 저절로 결과물이 튀어나오는 블랙박스 정도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슘페터의 주장처럼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도 필요하고, ‘혁신’을 통한 창조적 파괴도 필요하다. 주말에 미생 드라마를 즐겨보는 직장인을 오직 월급으로 평가하고, 그가 은행에 저금을 할지, 백화점에서 소비를 할지 관심을 가지고 노동의 가치를 경시한다면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아담 스미스 말대로 노동자간 분업을 하면 ‘핀’의 생산량을 몇십배 늘릴 수는 있겠지만, 그들은 같은 재료를 가지고 ‘반지’나 ‘만년필촉’을 만들 생각은 꿈도 못 꿀 것이다. 인간이 기계와 다른 건 끊임없이 예측하지 못했던 발견 혹은 발명을 이뤄내는데 있지 않을까?
‘주식회사’ 제도는 장점도 많지만, 약점도 많이 지니고 있다. 주식 시장의 활성화로 주주가 분산이 되면서, 실질적으로 주인이 없는 회사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 ‘월스트리트’의 개코는 인수하려고 한 타겟 회사의 부사장이 무려 32명이었으며,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프리라이딩을 하고 있는 트레이딩툴 이면의 주주들은 서로 감독/관리를 잘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한발 나아가 기업은 주주가치극대화라는 명분하에, 내일 주식을 당장 팔수도 있는 트레이딩툴 이면의 주주를 위해 단기적 성과에 치중한다. 달콤한 배당의 유혹으로 기업들의 투자 여력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며, 현 정부의 세제 혜택 등 ‘배당 Drive’ 정책으로 향후 기업들의 Quality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서비스’는 고부가가치 4차 산업이다. 초등학교부터 지겹게 외웠던 특성이다. 특히, 금융업 활성화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규제가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영국은 국가 산업 구조 변화를 위해, 제조업을 극적으로 감소(해외에 매각 등)시켰다. GE와 같은 비금융기업들은 금융업에 대한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했던 지속적 성장이 서비스업에서 가능할까?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상품의 Quality가 제고되거나, 상품 출시 이전까지 프로세스상 혁신이 담보되어야 한다. 제조업은 가능하다. 분명 3세대 폭스바겐 골프보다는 7세대 모델에 우리는 더욱 끌린다. 반도체는 끊임없이 나노 경쟁을 통해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Economics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업은 본질적으로 고부가가치 성장이 어렵다. 대한항공 1등석에서 땅콩을 까서 접시에 담아주는 것은 그냥 까지 않고 주는 것 대비 효용이 크지 않다. 오히려 금융 서비스의 생산성 향상은 서비스 질이 저하된다. 정크본드를 모아 만들어 아무도 정확한 상품 내용을 설명하지 못한 복잡한 금융상품은 금융위기를 앞당겼을 뿐, 고수익 안전한 상품에 대한 환상을 실현시키지 못했다.
이 책은 워싱턴 컨센서스(미 재무부, IMF, 세계은행)에 대한 담대한 도전이다. 이자율 하락이 극에 달하자, 양적 확대를 통해 성장을 억지로 견인하는 정책에 대한 대안이 오직 신자유주의의 귀환밖에는 없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과거의 경제학 이론들에 대한 재조명으로 제3의 길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경제학강의는 장하준 연구의 결정체가 아닌 디딤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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