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담 위주의 애플워치 사용기

애플워치를 구입하여 일주일간 착용해 보았다. 주변에 칭찬일색이라, 기대가 너무 높았던 탓인가?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애플워치

<포장 하나는 기가 막히다.>

먼저 애플워치의 UI는 손목 웨어러블의 본래 목적과 다소 거리가 있다. 손목에 착용하는 주된 목적은 ‘흘끗’ 보기 위함이다. 한눈에 내가 원하는 정보(대개는 시간…)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UI는 아쉬움이 많다. 다리를 까딱거리는 미키마우스 페이스는 시간 이외의 정보가 눈에 들어오지 않으며, 디지털 페이스는 일반 공대 전자시계와 다를 바가 없다. 애플이라면 작은 네모 공간을 혁신적으로 활용할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아니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나? 디지털 크라운이라는 혁신적인 입력 장치를 활용하더라도, 끌어올리기 등을 통해 몇 차례 정보를 찾는 Depth/과정은 여간 성가시지 않았다. 꾹 누르기와 살짝 누르기를 구분해 놓은 것은 손에 익지 않으면, 꽤나 어렵다. 많은 분들이 바라만 보고 있어도 명상이 된다는 해파리 페이스는 별도로 대기 시간을 늘리지 않는 이상, 불행하게도 2분 이내에 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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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페이스는 힐링을 도와주나, 이내 곧 꺼져 버린다.>

애플워치를 구입하게 된 주된 사유는 정확한 심박 체크 기능 때문이다. ‘14년 다이어트를 하며, 13kg 감량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던 주요 원인은 ‘심장 박동수’ 조절 때문이었다. 본인의 나이와 체력에 따른 적절한 ‘지방 연소 구간’안에서 운동하기 위해, 아무리 번거로워도 가슴에 심박 체크기를 두르고, 트레드밀 위에서 뛰곤 했다. 구간 밑에서는 운동 효과가 전혀 없고, 구간 밖으로 벗어나면 활성화 산소가 발생하여 노화가 촉진된다는 코치의 경고가 얼마나 끔찍하던지… 애플워치는 흥건히 땀에 젖은 가슴팍의 심박계를 훌륭히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그렇지 못했다. 심박 체크를 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초기에 앱을 연 이후, 측정까지 최소 3~4분은 기본이며, 아웃도어 등 앱을 실행하거나, 끌어올리기 등을 통해 심박 체크 화면으로 이동해야 하는 시간은 별도다. 나는 단지 심박수를 별 불편없이 보고 싶다.

앞서 언급했듯이 애플워치의 주요 구입 목적은 건강 관리였다. 그런데 건강 앱은 정말 애플이 만든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디자인 측면에서 실망감이 크다. Fitbit이나 Jawbone의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UI와 너무나도 비교가 된다. 그네들의 앱은 심지어 아이폰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건강 허브 앱에서 애플 워치를 통해 데이터 동기화를 시도했으나, ‘여기서는 설정이 안되니, 애플워치 앱을 따로 실행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애플의 최대 장점은 기기간 Seamless한 호환성인데, 아직 아이폰과 애플 워치 사이에 적잖은 Seam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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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앱은 직관적이지 않다.>

성인병의 원인중 하나가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이라고 한다. Jawbone의 UP을 쓰면서 좋았던 점을 꼽자면, 앉은지 한시간이 되었을 때, 진동으로 일어서라고 알람을 주는 것이었다. 애플워치는 무식하게 매시간 50분마다 알람을 준다. 49분에 앉아도, 1분후에 어김없이 알람으로 기어코 집중력을 흐트리고야 만다. 스마트한 디바이스가 내가 서있는지, 앉아 있는지도 구분 못하는 것인가?

3rd Party 앱 중, 가장 기대가 컸던 앱은 나이키 러닝앱이다. 무거운 아이폰을 왼쪽 팔목에 찰 필요없이, 애플와치와 블루투스 이어폰 만으로 러닝을 즐길 것으로 꿈을 꾸었으나, 일장춘몽에 그치고 말았다. 먼저 심박 체크 기능은 3rd Party가 접근할 수 없다. 즉, 나이키 러닝 앱을 구동하면 심박수를 볼 수 없다. 또한 GPS가 내장되지 않아, 어디를 뛰었는 지 로깅이 불가능하다. 애플 워치 스탠드얼론으로는 쓸모가 없다. 차라리 10년된 아이팟을 들고 뛰는 편이 낫다.

마지막으로 하드웨어를 살펴보면, 애플워치의 램은 512MB 수준이다. 앱을 구동하면, 적지 않은 로딩시간이 소요되며, 앱간 전환 시간은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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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로딩 시간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누군가가 그랬다. ICT는 민주적이라고… 아부다비의 부자도, 일본의 아르바이트생도 모두 아이폰을 쓴다. 그러나 애플워치는 스포츠, 워치 에디션 및 골드 등 다양한 선택지를 요구한다. 심지어 아이맥보다 선택지가 많다. 애플이 그간 추구해온 심플함과 (고가여도 접근 가능한) 대중성에서 한발 멀어지게 된 것 같아 아쉬움이 절로 든다. 팀 쿡에게 다가가 ‘이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마침 애플워치의 주문량이 기대 이하라는 프로젝션이 나왔다. 미국내 주문건수가 3만건 미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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