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그리고 돈.

네덜란드와 홍콩같이 열린 사회의 표본을 일년에 동시에 경험하게 된 것을 개인적으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 잠시 잡생각을 좀 해보았다.

대한민국 사회는 닫힌 사회이다. 닫힌 사회란 수많은 장벽이 존재하며, 장벽을 통해 사람들은 기득권을 지키고, 부를 누리며 살아간다. 사법고시라는 장벽을 만들어, 소수의 사람들만이 수트를 입고, 변호사, 검사라는 직책을 명함에 새기게 만들었다. 첫 질문, 진정 고시원에서 2,3년 썩어가며 배운 지식으로 평생 그들에게 범접할 수 없는 권한을 주는 것이 합당한가? 로스쿨에서 토론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며 익히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원생들은 공부를 안한다고? 그렇다면 대한민국 사회에 대학원 자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아가 수많은 로스쿨 졸업자를 양산하여, 그들이 프로축구 선수들처럼 경쟁하고 또 경쟁하며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왜 정부는 로스쿨 설치를 미루고 또 미루는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시스템을 도입하겠다 그렇게 큰소리를 치면서 정작 사법 시스템 개혁은 왜 그렇게 지지부진한가? 잘 안다. 사법고시를 패스하기 위해 고시원에서 얼마나 어렵게 공부했는지…그대들이 고시를 패스했을 때, 얻은 그 성취감과 세상의 모든 법률 시스템을 통달한 듯한 그 감격마저 느낄 수 있다. 그대들에게 물어하고 싶다. 그대들은 네덜란드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와 쉽게 말해 말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있는가? 대한민국 변호사 사회를 국제적으로 오픈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수많은 변호사 시장에서 미국 유명 로펌의 변호사에서부터, 김앤장 변호사까지 직접 고를 수 있는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 전관 예우? 상상할 수 없다.

마찬가지 논리로 회계사, 의사 등도 보다 더 국제적으로 오픈해야 한다. 한국 시장에 안맞는다고?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런던 주식 거래소와 뉴욕 증시에 상장이 되고 있는 마당에 한국식 회계 기준과 국제 기준의 차이를 논하는 것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 한국인이 걸리는 폐암과 미국인이 걸리는 폐암이 다르던가? 의사들이 한국적 특성을 논해야 할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왜 우리에게는 BMW, 벤츠 등의 선택이 주어지면서, 하버드 의대생이 운영하는 병원에 갈 선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말인가? 점점 개방되고 있는 농수산물처럼 회계사들도 내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쓰고 싶단 말이다. 마찬가지의 논리로 웹디자이너들이 디자이너 고시를 만들어, 장막화했다면, 웹 열풍 이후 소수의 디자이너들은 손에 돈을 꽤 쥐었을게다.

외부 사회와 한국 사회를 단절시키고 있는 요인은 바로 영어라고 생각한다. 민족의식을 지닌 학자들은 끊임없이 한국어를 고집하며, 영어의 공용화를 한국 사회의 식민지화에 비유하곤 한다. 그들의 자녀가 지금 어디에서 공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단언하건데 영어는 또다른 장벽일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 영어는 계급을 상징하며, 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한 수많은 묘수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전략적인 장막일 뿐이다. 대중이 영어를 익히고, 영어라는 장벽을 뛰어넘어 FLUENTLY하게 의사소통하는 것은 그들의 기득권을 빼앗김을 의미한다. 아니 그보다는 외국에서 3,4년만 생활하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장막을 빼앗기기가 너무 아쉬운 까닭이다. 나는 감히 한국 사회에서 중고등학교 6년이라는 교육기간을 지니고도 영어교육이 실패하게 된 까닭은 기득권층의 전략적인 장막과 이에 호응한 대중들의 선택에서 찾고 싶다.

장막을 걷자. FTA로 인한 한국 사회의 사고 전환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