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진군하는 느낌? 지난번 밀라노 여행에 이어 두번째 이탈리안잡 이야기를 쓰기 위해 로마로 행진하는 발걸음은 마치 새털처럼 가벼웠다. 사실 고백하자면 진한 에스프레소와 이탈리안 피자가 너무나도 그리웠다.
밀라노를 비롯한 북부지방이 패션, 자동차를 비롯한 건물 등 현대 분야에 이탈리아인 특유의 디자인 감각이 짙은 에스프레소처럼 묻어난다면, 이곳 로마는 말문이 턱 막히는 그들의 고전이 거리 곳곳에서 향기를 내고 있었다. 사진은 Piazza Fiume 근처의 성벽에 새겨진 조각!
더군다나 로마는 사랑스러워 마다 않는 지중해의 야자수를 품고 있지 아니 하던가? 세계적으로 치안이 안좋기로 유명한 로마이지만, 저녁에 도착하자마자 뛰어나가 바로 이 공기를 맡아보고픈 이유였다.
세계 어느 도시던지 나는 공원가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여행에서 찌든 여독을 나의 할아버지뻘되는 나무가 뿜는 산소가 풀어줄 뿐 아니라 쉬고 있는 시민들을 보면, 빡빡한 일상속에(적어도 유럽에서는 아니었지만…) 고리타분한 내 자신을 정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굳이 칭하자면 로마의 휴일이라고 할까? 죽는다면 같이 죽겠지라는 심정으로 그들과 함께 유행성 출혈열의 공포에서 해방되어 잔디위에서 한숨 청하고 나면, 정말 천국이 따로 없다.
다들 로마의 분수하면 트레비 분수를 먼저 생각하지만 먼저 내 마음을 적신 곳은 바로 스페인 광장에 위치한 바르셀로나 분수 였다. 참으로 오래간만이었다. 분수로 뛰어들고프단 생각을 해본 게…
그렇다고 이 거대한 트레비 분수를 놓친 것은 아니다. 경의로운 조각품과 웅장한 분수앞에 넋을 잃고 멍하니 앉아 있는 관광객들, 트레비 분수 앞에서 맛난 젤라또를 먹는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시나리오이다. 젤라또 사진은 최근 우리나라에도 많이 보급되어 있기에 생략!
더운 여름인지라 분수 사진 시리즈 3까지 연재해 보려고 한다. 사진은 Natonia 광장의 멋진 분수! 오랜 시일이 지났지만 하늘로 승천하고 픈 용의 꿈은 아직도 생생하다.
세상이 참 좁다고 느끼는 순간! 그 넓디 넓은 유럽에서, 그리고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아는 지인을 만나 그 분의 소개로 La Capricciosa라고 하는 레스토랑에서 그토록 그리웠던 피자를 먹었다. 뒤에 보이는 샐러드는 치즈 샐러드로 네덜란드 치즈에 비해 좀더 담백한 이탈리안 치즈를 가득 넣은 것으로 크림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참 놀라웠다. 피자와 치즈, 그 집의 고유한 하우스 와인 그리고 이후에 나오는 진한 에스프레소만으로 이탈리아는 방문할 충분한 이유를 지녔다.
최근 FTA 관련 논쟁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탈리아 역시 EU탄생 와중에 많은 혼란을 겪었고, 특히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은 현재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요지는 간단하다. 통합 화폐인 유로를 쓰지 말자는 것!
태양을 피하는 방법? 이 뱃살이 조금 있는 아저씨는 아마도 그 방법이 꼭 알고 싶었나 보다. Natonia 광장의 조각상
혼자 여행을 다니는 이에게 경의로움을 표하는 방법은 단순히 입을 헤 벌리고 멍하니 그 대상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없다. 사랑하는 그 순간을 아무리 떠들어 봐야, 로마 땅을 밟고 하는 잘난척으로 밖에 들리지 않으니…나는 그렇게 구시가지를 내 자신에게 맞이했다.
말투가 다소 건방져졌다. 한마디로 나의 짧은 글솜씨로는 신이 지었는지, 인간이 지었는지 도저히 구별할 수 없는 이 건축물들을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는 뜻이다.
떨어져 있는 돌 위에 손바닥을 얹고 눈을 감고 있으면, 선조들의 땀과 열정의 온정이 느껴진다. 시간을 초월하여, 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축복이다.
콜로세움! 척보고 드는 느낌은 아! 산시로!(밀라노의 축구장) 시 정부의 지원으로 영어에 유창한 잘생긴 총각이 설명해주는 가이드를 듣고 있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수백만명이 이 곳에서 죽었지만, 이 곳은 영국이 아니기에 유령은 없다는 그의 유쾌한 유머가 기억에 남는다.
나를 좀더 유쾌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은 바로 다소 나사가 빠져 보이는 이탈리아의 경찰들. 때로는 멋들어진 레이밴 선글라스를 쓰고, 배지를 앞세워 길거리의 여성들을 흠찟흠찟 바라보는 모습에 그만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로마 속의 작은 나라, 바티칸 시티! 그곳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엄숙한 눈빛들을 이겨내야 한다.
예수가 부활했을 때, 그 모습을 보고 공포에 질려있는 로마의 병사들을 그린 바티칸의 한 벽화. 라파엘로의 작품으로 기억하는데, 표정의 섬세함이 그대로 살아 있어 저작권 침해를 무릅쓰고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잠시동안 나의 발걸음을 묶어 두었던 두 모자. 둘이 동시에 쥐고 있는 저 백합은 대체 무엇을 뜻할까?
여성 관광객과 소수의 남성을 좋아하는 남성의 눈을 사로 잡은 바티칸의 가드. 자신감과 자부심이 묻어나오는 그들의 향기가 참 쿨해 보였다.
빛이란 도구를 잘 쓰면 이런 경의로움을 만들어 낼 수 있구나! 성경에서 수없이 등장하는 한줄기의 빛을 멋지게 재연해놓았다.
미사를 준비하고 있는 어린 사제의 머리 위로 바로 그 빛줄기가 닿았을 때의 샷이다. 허허…그저 이말밖엔…
역대 교황들의 이름이 새겨진 벽. 교황들의 무덤으로 통하는 길에 위치하고 있다. 십자군 전쟁을 일으킨 우르바누스 2세에서부터, 요한 바오로 2세까지…그들은 분명한 힘을 지녔다.
특히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대한 전 세계인의 사랑을 그의 무덤 앞에서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어릴 적 꿈이 무엇이니? 라고 물었을 때, 세계평화라고 말하면 비웃던 옆집의 형에게 이 사진을 한 컷 보여주고 싶다.
로마 떼르미니 역에 위치한 나이키 스토어에서 발견한 제일 앞에 걸려 있는 대한민국의 축구 유니폼! 지난 2002년의 악몽과 같은 기억도 그들의 월드컵 우승으로 다 잊혀질 수 있겠지? 😉
여행의 마지막날,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미국에서 덴마크, 맨체스터로 교환학생을 온 친구들과 함께 아이리시 펍에서 진하게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의 로마의 휴일은 평화롭게 끝났다.
단지 영어를 조금 할 줄 안단 이유로 제임슨 위스키를 끝없이 공짜로 주었던 그 아이리시 바텐더 덕분에 약 25유로의 하루 생활비를 술집에서 다 쓰고, 위험천만한 로마의 한가운데를 혼자 취한 채, 파키스탄에서 왔다는 한 청년의 도움으로 공짜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을 뿐, ‘절대’ 무슨 일도 생기지 않았다. 참고로 이 두 친구는 지갑, 돈 모두 다 털리고, 술에서 깨보니, 해가 뜨고 있었고 자신이 유스호스텔 주위를 걷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로마에서의 휴일은 꼭 영위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