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교수님의 강의로 향후 2년간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신년을 알리는 보신각 종이 비로서 머리속에 울린 느낌입니다. 참, 위의 노교수님은 선배님들에게 어떤 강의가 가장 인상 깊었나요?라고 물어보면 늘 첫 손가락에 손꼽히는 전략의 대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님입니다. 우리에게 Innovator’s dilemma로 잘 알려져 있죠. 몸이 불편하신 와중에도 교수님은 어린 후배이자 제자들에게 담담하게 본인의 여정을 공유해주셨습니다. 교수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일주일간 수업에 참여하면서 느낀 바를 토대로, 나름 수립한 목표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자아 성찰 (Self-awareness)
저는 지난 9년간 한 회사에만 있었습니다. 사실 시간이 이렇게 빨리갈 줄 꿈에도 몰랐네요. 그동안 제가 했던 일(Job)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손에 꼽더군요. 어쩌면 편안함에 취해 제 자신을 안정 지대(Comfort zone)에 가두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일보다는 잘할 수 있는 일만 쫓고,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했습니다. 그래도 초기에는 읽을 꺼리도 찾고 교육도 찾아다니며 참가했는데, 언제부터 먼나라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제 러닝커브는 눈에 띄게 평평해졌습니다. 무서운 사실은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이를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직장 외 기회비용을 찾은 것도 아닙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제대로된 취미 하나 가지지 못했습니다. 이 곳에서 친구들이 너는 어떤 사람이니? 라고 묻고, 재차 ‘아니, 커리어 말고 네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열정을 쏟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솔직히 부끄러웠습니다. 내면을 차갑고 객관적인 눈으로 들여다 보자. MBA 여정의 궁극적 목표이자, 첫번째 과제입니다.
고민
사회 생활 초기부터 저는 고민이 부족하다는 말을 귀에 달았는데, 왜 경청하지 않았을까요? 변명을 하자면, 그동안 호수의 깊이를 자의적으로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되었다는 적당주의로 말이죠. 시험에 비유하자면, 문제를 인지하고 분석해서 저만의 답을 내기 보다는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벼락치기 공부에 치중한 느낌입니다. 일을 빨리 빨리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답을 외우기 바쁘다보니, 근본적인 원인 찾기와 문제 해결은 제 사유 대상자체가 아니었습니다. 하루 하루 지치고 헉헉기렸지만 정작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저만의 관점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깊이가 얕으니 업에 대한 내공도 부족합니다. 친구들에게 1시간 이상 스토리텔링이 안되네요. 리더십 수업에서 처음 접한 케이스는 한 청년이 매니저가 되어, 주먹구구 식으로 주어진 일만 고집하다 실직을 하는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공식 수업 첫날부터 소름이 돋았습니다. ‘고민’을 과제로 설정한 이유는 주변에 대해 더욱 진지해지자는 것과 제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려는 의지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번에 수립한 목표중 가장 도전적인 과제이겠네요.
좋은 질문
케이스 방식의 수업에서 느낀 바는 친구들이 정말 질문을 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질문은 신기하게도 답변하는 이로 하여금 생각을 곱씹게 하고, 때로는 사고의 틀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대화(Interaction)의 본질이기도 한데요, 그동안 저는 제 차례에 할 답변만 준비했지, 정작 제가 남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좋은 질문을 한다는 것은 상대에 대해 진지하며, 또한 존중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비로서 제 자신에 대해서 방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을 여는 과정이기도 하구요. 좋은 질문과 더불어, 이곳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과 진정한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2년뒤 석양과 함께 다시 읽게 되었을 때, 부끄러움이 적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