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아들러 심리학이 유행했을 때,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고 큰 위로를 얻었다. 우리가 억지로 다른 사람들의 반응까지도 고민을 하고 있다는 관점이 자신을 내려놓게 만들었고, 나아가 좀더 자신의 행복에 집중을 하게 된 계기를 마련했다.
‘나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미움받을 용기의 작가인 기시미 이치로 교수가 쓴 ‘일’과 아들러 철학 그리고 자신의 삶을 연결한 에세이이다. 전작인 ‘미움받을 용기’가 개인 삶 전반에 대한 조언이라면 이번 저서는 일 그리고 직업에 임하는 마음 자세에 대한 논의다. 이치로 교수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난 이후 어떻게 일과 삶에 대한 태도가 변했는지를 논하니 나도 모르게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대기업이라는 조직에서 일하다보면 위축이 될 때가 많다. 뛰어난 동료들의 역량에 눌려서, 어떻게 하면 보스에게 혼나지 않을까? 눈치를 보면서 위축이 되곤 한다. 용기와 더불어, 겁 역시 조직에서 전염된다. 위축이 확산되면 기업 문화 역시 전반적으로 축 쳐지기 마련이다. 동료들과의 관계를 경쟁이 아닌, 상호간의 공헌이라고 치환해서 보는 관점 그리고 보스와의 관계를 위아래에서 칭찬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헌에 대한 감사를 기대하게 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누가’ 말했느냐가 아닌 ‘무엇’을 이야기했는지에 대해 주목하자. 동료 그리고 보스와의 관계에서 상대의 감정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보스라도 거절은 단호하게 한다. 일체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만약 받아드리기로 했다면 기분 좋게 임한다.
일의 목적은 무엇일까? 성공이 아니다. 일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만들어나가는 기쁨이다. 목적에서 성공을 빼면, 조금더 천천히 하더라도 스스로 고민을 해보게 된다. 슬로우 스타터가 되어 직접 연구를 하게 된다. 일 자체가 재미있어서, 파고 또 파고들었던 과거의 내 모습을 떠올려보니, 저절로 수긍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매일 매일이 새로워야 한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주변의 작은 변화에 대해서 귀를 기울여 보자.
그렇다고 워크홀릭이 되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플라톤처럼 글을 쓰다가 죽을 필요는 없다. 일 중독은 다른 것을 하지 않기 위해 중독에 빠지는 비겁한 행위이다. 먼저 나에게 가장 가치있는 것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Next가 아닌 바로 지금 내가 조직에 그리고 공동체에 공헌하고 있다고 느껴야 한다. 나아가 내 자신이 진정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내 생각을 직접 이야기해본다.
멍하게 있는 사이 인생이 지나가버릴 것 같아서 두려움에 떨었던 작가의 사자후처럼, 우리네 인생에서 상당한 시간을 차지하는 일의 방향성을 좀더 내 쪽으로 당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