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그랜드 투어

영국에서 우연히 ‘탑기어’ 시리즈를 봤다. 사실 영국 방송은 난해했는데, 영어가 안들리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도무지 유머 코드에 공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동차 기능을 모니터링하는 이 방송은 모처럼 내게 큰 웃음을 주었다. 제레미 클락슨과 리차드 해먼드 그리고 제임스 메이 등 세 남자는 쉴새 없이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그리고 맥클라렌에 대해 떠들었고, 비록 절반도 못알아 들었지만, 난 자동차에 대해 깊이 있게 설명해주는 ‘Deep Dive’ 매력에 푹 빠졌다. ‘탑기어’ 잡지를 정기구독하기도 했고, 유튜브 혹은 케이블TV를 통해서 부지런히 시즌을 섭렵해 나갔다. 내가 ‘골프’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도 해치백계의 아이폰이라는 그들의 평이 일부 작용을 했다. 골프 뒤에는 Stig의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제작진을 폭행한 혐의로 제레미 클락슨이 하차를 했고(놀랍게도 BBC는 이 소식을 브레이킹 뉴스로 전했다), 나머지 친구들도 의리에 뭉쳐 함께 물러나며 내 영국 기억과 ‘탑기어’는 함께 희미해졌다.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해서, 이것저것 무료 비디오들을 살펴보았는데, 추천 리스트에 반가운 얼굴들이 다시 보였다. 아마존 오리지널 시리즈로 ‘그랜드 투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것이다. 단숨에 에피소드 2까지 보았는데, 포맷이 기존 탑기어와 매우 유사하여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단, 스케일은 훨씬 커졌다. 아마도 제작비 투자가 엄청난 듯 하다. 하긴 아마존이 오리지널 시리즈에 1년에 $4.5Bn 가까이 쓴다고 하니, 놀랄 일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6Bn, NBC는 4.3Bn, HBO는 2.5Bn을 쓴다고 한다.) Stig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벌써부터 에피소드 3이 기다려진다.

  • 삼성과 아마존 협력 탓인지, 어느 순간 삼성TV앱에서 아마존 비디오가 한눈에 보여, 스마트 TV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별도의 세팅없이 곧바로 시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화질이 성에 차질 않아, 1080p를 지원하는 39불 아마존 TV Stick 구매를 고려중이다.
  •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미국 가구의 50% 이상이 애용한다고 하니, ‘왜 다들 난리지?’라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2일 배송과 더불어, 뮤직/비디오 등 컨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니 정말 강력하다. 킨들을 좀더 잘 써서, 1달에 한권 무료로 제공되는 책도 부지런히 읽고 싶다.
  • 나처럼 늦깍이 대학(원)생으로 돌아간 이들에게도 미국의 기업들은 수많은 자비를 베푼다. 아마존은 학생에게 프라임 멤버십을 50% 할인해줄 뿐만 아니라, 6개월 무료 이용 기회를 준다. 더불어 기왕 가입시, 이 링크를 통해 가입하면, 10불의 크레딧이 당신도 나도 얻을 수 있다. 학생들끼리 상부상조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Join Amazon Stud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