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봐야 할 축구 영화.

프리미어 리그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리그를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본인이 본 몇가지 축구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1. Fever Pitch (피버 피치, 1997)

영화 ‘About a boy’의 원작 소설을 쓴 닉 혼비(Nick Hornby)의 1992년 경 프리미어 리그 출범을 앞두고 쓴 자신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혼비가 직접 각본을 쓴 영화이다. 현대 소설/영화의 적인 서사적 구성, 그것도 몇월 몇일이 꼬박꼬박 표시되는데다가,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가 마치 어바웃 어보이의 마커스처럼 말이 없고, 어두워 자칫 지루해줄 수 있지만, 중간 중간 톡톡 튀는 에피소드들은 이를 충분히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저자는 시작하는 말에 이런 말을 한다. 95%의 축구팬들은 훌리건이 아니라고…그러나 다수의 축구팬들이 훌리건으로 오해받아 축구라는 스포츠, 그리고 이를 좋아하는 축구팬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이들에게 날리는 저자의 일종의 펀치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 증오하는 팀, 아스날과 그 광팬인 주인공, 그리고 축구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주인공의 여자친구!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배우 콜린 퍼스가 아스날 트렁크를 입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면 이미 게임 오버이지 않은가?ㅎ
아스날 팬들이 하이버리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보는 맛이 있다. 특히 중간에 영화에서 나오는 욕들은 실제 경기장에서 자주 쓰이는 유용한 표현들(?)이니 귀기울여 듣기를 바란다. 참, 미국 영화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의 원작이기도 하다.

2. Green Street Hooligans (훌리건스 2005)

영국식 조폭 영화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 배긴스의 눈빛 연기가 너무 아깝다. 아까는 아스날이더니 이번에는 또다른 런던을 연고로 한 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광팬들을 주제로 한 훌리건 영화이다. 피버피치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토트넘은 항상 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누나를 따라 영국으로 건너온 젊은이가 매형의 동생과 친해지게 되면서, 전형적인 보스턴 레드삭스 팬에서 유나이티드를 하늘에 대고 외치는 젊은이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축구를 처음 접하는 이들(마치 영화속 프로도 배긴스처럼,,)이 초보자로 축구와 그 팬을 이해하게 되는데 더없이 좋은 영화이다. 왜 이들은 그 ‘fucking football’이 좋은지, 왜 피치에서 뛰는 그 선수들을 대변하여, 자신들이 대신 싸워야 하는지…이성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월드컵때 고래고래 소래지르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으로는 이해가 된다. 다소 자극적인 폭력신들도 많으니, 15세 이하의 젊은이들께서는 부모님의 동의를 받고 보시기 바랍니다. 영화가 끝났을 때 나도 모르게 하늘에 대해 두 팔을 쫙 벌리고 ‘I’m Forever Blowing Bubbles’을 불러주면 금상첨화!
아, 그린스트리트 펌(firm)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서포터즈의 이름이다. 아스날을 거너스가 아닌 구너스, 그리고 토트넘을 이드 아미가 아닌 yids로 부른다지!

3. Bend it like Beckham (슈팅 라이크 베컴, 2002)

키이라 나이틀리의 초창기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행복하며, 그녀의 슈팅에 모두가 녹아들 듯하다. 그녀를 차버리는 아이리시계 녀석은 정말 영화중이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미션 임파서블 3에서 헬리콥터 조정을 하던 녀석이다. 축구 영화 추천을 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_-; 영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많은 영국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정작 그 많던 인도계 영국인 친구들중 안면을 튼 친구는 니치, 단 1명 밖에 없었다. 때로는 다소 폐쇄적으로 보이는 그들에 대해 나도 마음을 잘 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영화는 바로 이 인도계 영국인과 그 가족, 그리고 그들의 삶을 압축해놓았다. 왜 그들이 그토록 폐쇄적이고 보수적으로 보이는지, 영화를 보면 장면, 장면마다 ‘아하!’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세오같이 슛을 쏠 때, bending이라고 한다. 공이 활처럼 휜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를 향해 날아가는 장면 말이다. 참고로 공이 휘는 각도는 연습에 비례하더라. 프리킥의 달인 베컴의 슛을 더이상 말할 필요도 없고. 영화 마지막 장면에 베컴이 빅토리아와 함께 등장한다. 영화 ost를 빅토리아가 불러 망한 일화도 유명하다!ㅎ

4. the Goal(골, 2005)

아스날, 웨스트햄, 맨유(베컴의 당시 소속팀이었으므로,..)에 이어 이번에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영화이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 영국으로 떠나면서 내 영화가 아닌가 착가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니, 영화가 얼마나 내 가슴속에 파고들었는가를 알 수 있다. 영화의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가상 현실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스토리는 간단하다. 미국 빈민가에서 축구하던 산티아고가 은퇴한 한 스카우터의 눈에 띄어 몇번의 좌절 끝에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성공을 거둔다는 내용이다. 2편은 산티아고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3편은 국가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영화의 사실적인 액션(축구는 배우와 선수의 거리상 사실감있는 액션 표현이 무척 힘들다.)에 매료된 나로서는 부쩍 기대가 되는 바이다.
축구가 주는 교훈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것!

5. Football Factory (풋볼 팩토리, 2005)

이 영화, 부천 영화제인가? 부산 영화제에서 제3세계 영화로 소개가 되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른쪽 영화 포스터에도 나와 있듯이 훌리건들의 일상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는 첼시 스타디움에서 왜 훌리건들이 사라졌을까 의문을 제기하는 기자의 취재로 시작되며, 너무 엉뚱하게도 그는 주인공에게 카메라 앞에서 주먹질을 당하고 만다. 짐작했겠지만, 이 영화는 너무나도 첼시스럽지 않은 첼시 팬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bend it like beckham에서 너무나도 인자하게 딸에게 축구를 가르쳐주던 그 아빠가 이번에는 훌리건의 두목이 되어 있다. 그린스트리트 훌리건스가 다소 드라마틱하게 훌리건의 삶을 그렸다면, 이 영화는 마약부터 술, 담배까지 축구와 폭력이 이어진 도구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다소 축구와 거리가 멀게 느껴질 만큼.
훌리건 영화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것을 보니, 아마도 훌리건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영국인들에게 자주 떠오르나 보다. 멍청하게 축구에만 몰두해 있는 그들에게도 무언가 배울게 있지 않을까? FA컵, 조 추첨에서 하던 날, 일을 멈추고 숨죽여 추첨식을 바라보는 그들의 안절부절하는 모습은 영화의 백미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축구가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