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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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있었다. 세기의 바둑 대결이라도 했지만, 실상은 구글 딥마인드의 쇼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대국이라기보다는 향후 구글 프로덕트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에 대한 기술력 과시였다. 결과적으로 AI에 대한 공포심은 깊어졌고,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구글이 개발한 AI의 기술력에 대한 자연스러운 마케팅이 되었다. 왓슨이 2011년 Jeopardy에서 인간을 꺾고 ’14년 디스커버리 어드바이저리를 발표하며, 헬스케어와 결합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IBM이 인공지능 그리고 딥러닝은 가장 앞서있다고 사람들은 믿어왔는데,이번 대국으로 AI의 대명사는 구글 그리고 딥마인드로 인식이 바뀌는 느낌이다.

여담이지만, 전형적인 마케팅이었기에 이세돌이 받았던 대전료 금액 최소 2억 – 최대 14억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기회비용을 고민해 보자. 현재 프로 기사의 기보가 저작권 등의 문제로 100% 활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세돌은 알파고에 값을 책정할 수 없는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 아마도 알파고는 대국의 한수한수를 지금까지 24시간 쉬지 않고 복기하며 당시 이세돌의 표정과 매칭하며 인간의 마음속 깊이 ‘딥마인드’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이세돌 주위에 카메라가 많았던 것은 단지 중계 방송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이세돌이 얻은 업사이드는 제한적이었다. 만약 승리한다면 ‘역시 아직 인간의 바둑을 꺾기에는 문제없어!’라는 자부심 정도? 그의 도전 정신은 높이 사나, 다운사이드 측면에서 보면, 인간계 1등인 그가 무너지며, ‘바둑’이 인공지능에 지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1승을 거두었기에 100% 지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조만간 어떤 인간의 어떤 수도 AI가 지배될 날이 머지 않았음을 친절히 알려주었다. 아마도 내 자식이 바둑 프로기사가 되겠다고 희망사항을 이야기하면 말리지 않을까? 당시 대국장에서 웃고있던 한국 바둑기원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참석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원론으로 돌아와서, 왜 구글은 인공지능 혹은 AI 연구에 투자를 할까? 단기적으로는 구글 현재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광고 사업에서 활용하기 위함일 것이다. 최근 배너 광고를 보면, 그동안 나와 무관했던 ‘성인’ 광고나 대출 안내보다, 과거 내가 방문하거나 검색했던 키워드를 중심으로한 맞춤형 광고가 보인다. 예를 들면 나이키에서 러닝용 숏팬츠를 구입하기 위해 검색을 한 이후에는 웹사이트마다 러닝 관련 신제품이 배너 광고로 보인다.
현재는 검색했던 키워드를 중심으로 오퍼링을 하고 있지만,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내가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먹었는지 등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데이터들…즉, 수많은 점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AI가 하게 되면 맞춤형 광고는 더욱 정교화해질 것이다. 상상해본다면, 사람들은 현재 ‘필요성’에 의해 검색을 하는데, 느끼기 전에 능동적으로 정보를 제공을 해주니 궁극적으로 검색도 귀찮은 일이 될 것이다.

AI 역할은 하나 더 있다. AI는 궁극적으로 광고 시장의 VIP패스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구글 온라인 광고는 ‘Ad exchange’라고 하는 실시간 경매 방식의 플랫폼에서 광고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여행 관련 사이트내 배너를 구글 애드센스로 광고 시장에 내놓으면, 해당 스페이스를 차지 하기 위해 여행사, 항공사, 호텔 예약 사이트 등이 경쟁을 통해 일정한 ‘시간’ 그리고 ‘방문자’에 따른 광고 타겟을 쟁취한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경제적이고 투명하게 가격이 결정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한편, 귀찮을 수도 있다. TV는 정가인데 반해, 나는 키워드별로 신경써서 가격을 달리하여 제안을 해야 하니 말이다. 대학교에서 수강신청을 해본 경험이 있거나, 경복궁 야간 입장 티켓을 거머지기 위해 ‘광’클릭을 해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몇몇 프로그래머들이 만든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구매 유혹을 느껴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AI는 실시간 경매 사이트에서 매크로 프로그램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마치 에버랜드에서 줄을 서지 않고, 놀이기구를 타는 VIP 패스처럼, AI는 24시간 경매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상대보다 $0.01, 마지널한 가격으로 좀더 비딩하여, 클라이언트의 광고가 ‘Always on top’되는 것을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Bot을 웹상에서 상주시키며, 경쟁사인 월마트나 이베이보다 실시간으로 가격을 교묘하게 낮게 책정하고 있다.

AI간에 충돌하는 경우는 없을까? 거래 당사자 양측이 모두 AI여서, AI간 경쟁이 붙는 경우 말이다. 실제로 2010년 시카고 주식시장에서 충돌이 있었다. 인간은 따라 갈 수 없는 찰나, 눈 깜빡할 순간이라 해서 플래시라고 불리우는 그 트레이딩 순간에 AI간 비드 스프레도 경쟁이 붙었으며…매도 경쟁으로 이어져 주식시장의 폭락을 초래했다. 아직 우리나라는 플래시 트레이딩으로 인한 폐해가 보고 되지 않았으나, 최근 증권사들이 잇달아 AI 기반 주식 트레이딩 어드바이서리 서비스를 도입하여, 조만간 국내 주식시장도 홍역을 치루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필요없다’ 책이 환기를 시켜준 부분은 바로 이러한 AI 도입으로 인한 폐해가 아닌가 싶다. 위에서 언급한 AI간 충돌이외에도 도덕적 이슈를 제기한다. 만약 로봇이 자의를 가지고 주인의 이득을 위해 소매치기 등을 한다면 과연 누가 처벌 받아야 하는가? 자율 주행차가 막다른 골목에서 앰뷸런스를 마주쳤을 때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부여해야 할까?

직업을 AI가 대체할 것이다라는 두려움에 앞서, 로봇이 우리 사회에 던질 도전에 대해서,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소위, 러다이트 운동은 부술 거리라도 있었지만, AI는 클라우드에 HQ가 있기에, 아마존 에코 스피커를 부술 수는 미래 없지 않은가?

미래는 터미네이터의 시대가 될까? 스타트랙의 시대가 될까? 준비가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