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가정 방문기

연세대학교로 교환학생을 왔을 때, 수업을 같이 들으며, 친해지게 된 당찬 네덜란드 소녀 Noor! 그녀가 자신의 집 Hilvarenbeek으로 초대를 했을 때, 네덜란드의 가정을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그토록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손수 몰고 온 차를 타고 틸버그에서 대략 30분이 지나 그녀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네덜란드를 떠올렸을 때, 내가 가졌던 선입견은 마리화나 그리고 동성애합법화 등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유분방함속에 가정역시 연장선위에 있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의구심 또는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진은 그녀의 할머니가 평생 모은 세계의 집 컬렉션 중 Noor가 사다준 한국의 집.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내가 얼마나 문화적인 미개인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이 마을 어귀의 엄숙한 두상 앞에 고개를 절로 숙이게 되었다. 하지만 그 깨달음의 과정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마리화나가 암스테르담 지역에서는 합법화가 되어있지만, 정작 대다수의 네덜란드 청년들은 고등학교 시절 한두번 정도 해본 후, 그만 둔다. 정작 암스테르담에서 마약에 찌든 이는 외국인들외에는 없다. 이 곳 힐바렉 사람들에게 마리화나, 매직버섯 등의 이야기를 했더니 웃으면서 손사레를 친다. 그렇다고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지 않느냐? 영국에서 사가지고 간 감기약이 이곳에서는 철저하게 금지된 약이라고 한다. 환각 성분때문이라고 하는데,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과연 우리나라 식약청에서는 미국이나 영국 등지에서 자국의 성분 기준을 통과한 대기업의 약을 우리네 기준으로 얼마나 철저하게 검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으로 가득찬 가족을 소개합니다. 어머님께서는 내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돈을 많이 벌고 싶으시면 한국에다가 네덜란드 음식점을 내셔도 괜찮을 것이라고 했는데, 어찌나 음식이 맛이 있던지, 내 분량은 물론 항상 2인분씩은 먹었다. 아버님께서는 한국의 삼김 그리고 박정희 정권까지 꿰뚫고 계신 저널리스트의 신사분이셨다. 노팅엄과 노팅힐을 헷갈리시는 모습을 볼 때는 한국의 아버지가 왜 여기에 계시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옆에 장난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친구는 아약스의 팬이자 컴퓨터 게임광 남동생! 그 앞은 여동생과 그 남자친구 크리스! 사람들이 표정만 봐도 이집이 얼마나 사랑으로 가득한 곳인지 알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나의 수명이 대략 7년은 연장된 느낌이었다. 집에서 직접 짜서 만든 천연 유기농 치즈 그리고 직접 담근 와인 등으로 식사를 하니,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Simply the best!

마을에 처음 도착했을 때, 옆집에 사는 Noor의 삼촌이 내게 건낸 첫마디는 “한국에서 왔니? 반갑다! 옷을 빌려줄테니, 갈아입고, 이리 와서 페인트칠을 도와 다오!”였다. 마을 사람들 중 대다수는 내가 그들이 본 첫 한국인이었다고 하니, 경계심도 가질만 하지만 그들은 나를 ‘똑같이’ 대해준다. 동성연애를 합법화했다는 것은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은 자신과 다른 이들에 대해 항상 똑같이 마음을 연다는 사실이다. 언뜻 굉장히 쉬운 표현이면서 이보다 어려운 표현은 없다. 바로 ‘평등!’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그들은 정말로 나를 똑같은 눈으로 바라본다…
사진은 힐바렉에서 묵었을 때 내 방에서 바라본 창밖 전경이다.

유럽인들에게 가장 부러운 것 중 하나는 바로 그들은 삶속에 문화와 여유가 있다는 사실이다. 마을 사람 전부가 Noor가 아는 사람들이고, 그 중 절반이 핏줄로 이어져 있는…마치 오래전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고향인 집성촌 파주가 생각나는 이곳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인공은 Noor의 고모이고, 여학생 역은 오빠의 초등학교 짝, 그 외 모든 배역이 아는 이들로 이루어진 이 마을 주민을 위한 연극은 일년에 한번 열리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연극이 공연중이었다. 연기에 관심있는 마을의 주민들이 돌아가며, 배역을 맡는데, Noor의 어머니, Noor 모두 배역을 한번씩은 맡았었다고 한다. 아는 이들끼리 공연하는 것이라고 허술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는 오해이자 큰 실례이다. 조명, 음향, 무대 장치 등이 완벽할 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혼을 다해 연기하는 것이 가슴으로 느껴졌다. 네덜란드 언어를 한마디도 못알아 들었기에, 나는 그들과 눈으로 대화를 해야 했다!^^ 제목은 Kras이고, 내용은 중년의 부부가 정신적 갈등과 방황 이후, 평온을 되찾는다는 줄거리로 네덜란드 히트 소설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상상해보자. 옆집의 고등학교 동창이 두달간 열심히 연출한 연극을 공연한다. 조명은 윗집의 전파상 아저씨이고, 무대 장치는 커튼집 친절한 아주머니가 맡아 주셨다. 여주인공은 내가 초등학교때 사모했던 건너집 아이이다. 문화적으로 소외를 받는다고 생각했던 비도시 지역이 오히려 더욱 풍부한 아웃풋을 생산해내고 있다.

극성맞은 이 소녀는 내게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소개시켜주었다. 자식을 15명 두고 있는 대가족의 가장이자, 네덜란드 남부 언어 사전을 비롯, 자신의 자서전까지 출판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할아버지는 이 지역 힐바렉에 대해 영어로 어찌나 또박또박 설명을 해주시던지 존경심이 저절로 들었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PSV에서 뛰며 이들이 각 맨체스터와 토트넘으로 이적했다는 사실까지 말씀하실 때는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사실 외아들인 내가 형제자매가 있는 그 누구도 부러워한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손자/손녀까지 60명의 사진 모두가 벽에 빼곡한 이 집(할머니 뒤로 사진이 얼핏 보인다!)을 보고는 부러움이 가득 일었다.

Noor의 사촌이자 PSV의 팬인 피트. 그리고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그의 아들이다.(할아버지에게는 증손주) 즉석에서 내게 PSV 서포터 머플러와 히딩크의 얼굴이 커다랗게 나와 있는 서포터즈 책을 선물로 주어 나를 어쩔 줄 몰라 했다. 잠시나마 축구에 관해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모처럼 막혔던 응어리가 전부 뚫리는 느낌이었다. 선물을 항뭉큼 손에 쥔 노팅엄에서 온 이 촌놈은 어린애 마냥 그렇게 행복할 수 밖에 없었다.

외출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이렇게 내 옷들이 깨끗해져서 책상위에 올려져 있었다. 순간 정말로 눈물이 핑돌았다. 정말로 어떻게 이 네덜란드인들 아니 그 이전에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이들에게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할지…

그렇게 힐바렉에서의 짧지만 너무나도 소중했던 시간들이 흘러갔다. 자신들은 작은 나라라고 늘 겸손하면서도 한편으로 다른 나라 도와주는 데 가장 앞장서는 따뜻한 나라. 지난 몇일간 평균키가 가장 큰 당신들만큼이나 큰 당신들의 마음을 보고 너무 많은 것을 느끼고 갑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M_ 보너스샷! 심장이 약한 분은 클릭 금지!.. | less.. |

이렇게 아름다운 가정도 불청객이 끼면?? 내가 저렇게 험악해 보였구나..ㅜ.ㅠ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