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트래포드(Old Trafford) 탐방기!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오게 된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공부, 독서, 유럽각국 도서관탐방 등)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프리미어리그(Premiere League – 영국은 참고로 잘나가는 그룹을 항상 이렇게 부른다. 잘나가는 대학 역시 프리미어 리그!) 축구 경기를 직접 보고 싶어서 였다. 한국에 있을 당시, 친구와 죽기 직전에 올드트래포드에 갈 수 있을까? 한숨을 내쉰 적이 있었지만, 기회는 의외로 금방 찾아 왔다. 홍콩 여행을 같이 했던 친구가 출장을 이쪽으로 오게 되면서, 프리미어리그 탐방을 계획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시즌티켓 소지자 -> 유료회원 -> 무료회원 순으로 표의 배분이 이루어진다. 맨체스터의 경우, 대부분의 티켓이 유료회원 선에서 전부 팔리므로, 무료회원은 대부분의 경기를 그림의 떡 바라보듯이 봐야 한다. 칼링컵이나 FA컵과 같은 경기에서 갑작스레 표가 생기는 경우도 있으나, 역시 리그 경기를 봐야 제 맛이 있다. 결론은?? 표도 없이 무작정 맨체스터로 달려갔다.

맨체스터로 출발하기 직전에 내 방에서 찍은 사진이다. 저 뒤의 반 고흐 그림은 진품이 아니라 포스터임.-_-; 내가 입고 있는 유니폼은 전설의 트레블 시즌 유니폼!

오늘의 경기는 영국 국가대표팀의 전설 앨런 시어러가 뛰고 있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이다. 영화 ‘골’에서 산티아고가 입단해서 뛰게 되는 검은색/흰색 줄무니의 바로 그 팀이다. 산티아고가 트레이닝룸에서 비켜주는 대머리 아저씨가 바로 시어러 아저씨! 현재 플레잉코치로 뛰고 있으며 통산 300골을 향해 달리고 있으며, 올시즌이 끝나면 오웬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고 완전히 은퇴할 예정이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에게 시어러는 그리 썩 달갑지 않은 존재이다. 과거 중요한 경기마다 그는 골을 터트리고 오른손을 하늘로 향하고 뛰어가는 특유의 세레모니로 유나이티드 팬들 가슴속에 못을 밖았으며, 무엇보다도 92년과 96년 두차례에 걸쳐 유나이티드는 그에게 오퍼를 넣었으나 그는 거절했다. 이번 경기가 있기 전부터 각 신문들은 시어러와 유나이티드 팬들간의 신경전을 보도했으며, 시어러는 화해의 제스쳐를 취했지만, 유나이티드팬들의 조롱은 멈출 줄 몰랐다. 경기중 시어러에게 ‘Shearer! what’s score??’라며 놀려대니 내가 선수라도 페이스를 잃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드디어 올드트래포드에 도착했다. 코치 버스 정류장에서 대략 3마일 정도 떨어져 있으며, 택시를 타면 대략 7파운드 정도가 나온다. 아침부터 얼마나 운이 좋으려는지, 노르웨이에서 온 두명의 친구들을 만났는데, 택시비를 자신들이 그냥 다 내버렸다. 노르웨이 출신의 ‘동안의 암살자’ 솔샤르의 쾌유를 빌며, 우리는 암표를 구하기 위해 서둘러 올드트래포드 입성에 나섰다. 참고로 위의 사진에서 오른쪽 하단의 조그만 얼굴이 바로 나이다.-_-;

암표 구하기가 그다지 수월하지는 않았다. 전부 150파운드 이상을 부르고 있었으며, 아마도 시어러의 올드트래포드에서의 마지막 경기인 탓에 거품이 많이 끼지 않았나 싶었다. 올드트래포드 앞의 펍과 거리는 이미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간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으며,(이때 시간이 대략 오전 11시) 눈이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유니폼 겉옷만 걸치고 온 사람들을 보면 신기했다. 참고로 사진에서 제일 앞의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청바지 입은 아저씨가 암표상이다. 무언가 찔리니깐 이쪽을 바라보는 것이겠지!ㅎㅎ

경기 시간이 점점 다가오면서 표값은 대략 100파운드 대로 떨어졌다. 80파운드를 예상했으나, 여전히 높은 가격에 경기 시작 5분을 못보고 떨어진 가격에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친구의 비행기 시간이 촉박한 까닭에 경기 끝나기 5분 전 정도쯤에 나와야 했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올드트래포드에 들어가고 싶은 안타까움에 발만 동동 굴렀다. 3월의 눈을 흥건히 맞으며…

기적이 일어났다고 해야 하나? 전혀 암표상으로 보이지 않는 한 노인이 내게 다가와 표있냐고 물어본다. 없다고 하니, 당신께서 친구 두명이 안왔는데, 시즌티켓으로 같이 들어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물어보신다.

오! 마이갓!! 시즌 티켓이라니??? 내 평생 소원이었던 시즌티켓! 일년 내내 고정된 자리는 할아버지와 친구 2명 이외에는 그 누구도 올드트래포드의 H1309구역 13열 9,10,11 자리를 허락 하지 않는다. 눈을 맞으며, 40분 동안 암표상들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우리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나 보다. 할아버지도 마침 5분전에 도착했다며, 당신께서도 우리가 아니었다면 같이 볼 두명을 찾느라 눈속에 헤맬뻔했다며, 다행이라고 애띈 미소를 머금으신다! 그래서 우리는 이분께 액면가 그대로 35파운드에 축구를 보게 되었다.

할아버지에 대해 잠시 더 소개를 하자면, 올해 한국 나이 69세로 자신은 1957년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었다고 하신다. 북아일랜드에 거주하고 계시며, 매년 시즌 티켓을 끊고 2주일에 한번씩 비행기를 타고 맨체스터로 날아오고 계시는 대단한 축구팬이다. 조지베스트, 에릭칸토나 등 전설적인 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가까이는 99년 역사적인 트레블 순간까지 모두 현장에서 함께 있었던 분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열정을 지니신 할아버지가 마냥 부럽기만 했다. 사진은 올드트래포드에 입성한 후, 맥주를 한병 사드리고 영광스럽게 같이 찍은 사진이다. 주머니에서 슬쩍 삼성 블루블랙폰을 꺼내시면서 이 사진을 휴대폰으로 나중에 보내줄 수 있냐는 질문에 나는 입을 한동안 다물지 못했다.

자, 경기가 시작되었다. 선수 입장 장면은 동영상으로 대신할까 한다! 유나이티드를 외치는 그날의 함성을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서버는 야후에 근간을 두고 있다! 태그를 수정할까 했으나, 예의를 차리고자 한다!


선수들이 몸푸는 모습을 보니, 눈이 오고 바람이 세게 불어 체감기온이 부쩍 낮은 까닭에 몸이 그리 가벼워 보이지는 않는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그들 시각에서 바라보는 듯한 현장감 넘치는 중계력이다. 낮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환하게 조명을 키고, 조명이 자연색에 가까워 마치 오페라의 한가운데 무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역시 카메라에 있어서 뽀사시한 화면을 위해서는 조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 English Premiere League Anthem이 울려퍼지고, 선수들은 자신의 포지션으로 달려가서 경기직전 스트레칭을 한번 더 한다. 이때 재미있었던 점은 바로 한 어린이가 원래 입장은 같이 하고 사진을 같이 찍은 후, 돌아가야 하는데, 자기도 같이 선수들하고 몸을 풀러갔다는 점이다. 의도적이었는지, 실수인지 모르지만 그것은 각자의 판단! 심지어 이 아이는 리오 페르디난드의 공을 빼앗기도 한다! 유심히 보자! 참고로 동영상 끝 무렵 이상한 얼굴 두명이 지나가는데, 바로 Seo와 그 친구 동훈이다.ㅎㅎ
다시 들어도 저 Anthem은 등에 소름이 쫙 돋게 만드는 힘이 있다. 2002년 월드컵의 Anthem과 더불어 축구 음악계에 한획을 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역시나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역시 박지성 선수가 아니었나 싶다. 공을 차는 모습을 얼핏 보니, 다른 선수들처럼 몸이 그리 가벼워 보이지는 않았다. 생각같아서는 슈팅 연습도 좀 많이 하고, 욕심도 많이 부려보라고 속으로 텔레파시를 보내지만, 그게 박지성 선수의 매력인걸?^^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선수 소개가 계속 되고, 박지성 선수가 공을 차는 장면 동영상을 보자!
참고로 박지성 선수의 사진 두 컷 추가!

이번에는 선수 소개 동영상이다. 캡틴 개리 네빌부터 후보 주세페 로시까지 모든 선수가 소개될 때 마다 기를 불어넣어주는 유나이티드 팬들이 인상적이다. 루드 반 니스텔루이가 벤치에 앉게 되었는데, 이 곳 분위기는 감독과의 불화라는 설이 유력하다. 심지어 이 곳 베팅업체인 ladbroke.com에서는 그가 다음 시즌 유나이티드와 함께 하지 못할 것에 더 큰 베팅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존심쎄기로 유명한 퍼거슨 감독이 그를 길들이고 있다는 것이나, 베컴을 내보낼 때와 너무도 유사한 현 상황이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듯. 잘들으면 그가 소개될 때, 팬들이 모두 야유를 보내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퍼거슨에게 보내는 신호가 아니었나 싶다.
참고로 박지성 선수가 소개될 때, 들리는 야성(?)은 바로 나이다.-_-; 반경 15미터 내의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기에, 외쳐주었다. “He’s from my country!!” 모두가 나를 향해 박수를 쳐주었는데, 경기 초반 박지성 선수가 실수를 하자, 모두 나를 쳐다 보며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사실 박지성 선수 초반에 실수할 때는 내 등골이 다 오싹한듯! 하지만 막판에 결정적 슈팅 및 사하에게 킬패스를 내주어 더불어 내가 더 으쓱해졌다.

전반은 2:0으로 끝났다. 퍼거슨도 상황을 창조해나가며 골을 넣은 그를 칭찬했듯이 나 역시 루니밖에 보이지 않았다. 공에 대한 무서울 정도의 집착성, 그리고 동물적으로 주저함없이 때리는 그의 슈팅은 정말 무서웠다. 박지성이 평소 체력면에서 최고라고 생각해왔는데, 실제로 본 그는 수비 까지 깊숙히 가담하여, 모두의 혀를 차게 만들었다. 사하는 몇몇 좋은 장면을 보여주었지만, 다소 골에 눈이 어두워, 주위 동료를 보지 못하고, 자신이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여 주었다. 호나우도는 멋진 크로스 및 돌파를 보여주었으나, 역시나 질질 끌면서 공을 빼앗길 때는 수많은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실베스트레는 대표팀 및 소속팀에서의 위기를 인식한 듯, 왼쪽 백을 보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어주었으며, 오버래핑 시에도 박지성과 인상적인 호흡을 보여주었다. 라이언 긱스는 여전히 노련했고, 웨스브라운은 페르디난드와 멋진 호흡을 보여주었다. 개리 네빌의 크로스는 정말 예술이었고, 존 오쉐어는 중앙에서 큰 덩치를 바탕으로 완벽하게 미드필더를 장악했다. 다음 동영상은 경기중 호나우도의 무회전 프리킥 슛! 이른 시일내에 베컴 프리킥의 올드 트래포드 재림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안겨준 슛이었다.

터키 국가대표 미드필더 Emre는 완벽하게 봉쇄당하여, 시어러가 완전히 밑으로 내려올 정도였다. 막판에 다이어와 루케를 투입해보지만 리 보이어가 들어올 때까지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저 일방적인 one-side 게임이 지속되고, 골에 가까운 아까운 장면이 계속 방영된다.

경기가 막판에 이르자 모든 팬들이 ‘rudd’를 외치기 시작한다. 2002-03 시즌 득점왕 및 MVP를 차지했던 이 천부적인 타겟맨을 보내는 것을 절대 유나이티드 팬들은 허락하지 않을 기세다. 그가 몸을 풀자 모두가 일어나 기립하여, 그의 이름을 외친다. 드디어 후반 10분을 남기고 호나우도와 교체되어 경기장에 그가 들어섰다. 참고로 팬들이 야유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Rudd~~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ㅎㅎ 그 역시 팬들의 박수에 박수로 화답하였으나, 아쉽게도 무엇인가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상으로 탐방기를 마치고자 한다. 결론은 기분좋고 운도 좋았던 멋진 여행이었다는 것! 맨체스터 시내를 여행하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이제 얼릉 자야지!^^;
참고로 맨체스터 시내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아스날-리버풀 전도 보고 왔는데, 우리나라와 월드컵에서 붙을 토고의 스트라이커 아데바요르를 유심히 봤다. 하지만 아스날의 케미스트리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엇인가 붕떠있는 듯한 느낌. 저 컨디션이면 우리나라 수비진이 충분히 봉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생겼다. 앙리와 제라드간의 축구왕! 대결은 앙리의 승리로 끝났다. 유나이티드의 2위 수성이 더욱 쉬워 쥐는 듯! 다음에는 토트넘과 버밍엄간의 경기를 보고, 탐방기를 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