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이야기 더하기.

이곳 영국에서도 GQ에서 광고와 글들 중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는 Italian이니, 이 이태리에 대한 관심과 동경은 비단 이건희 회장의 밀라노 선언으로 한국에서만 촉발된 것은 아닌 듯 싶다. 나 역시 밀라노에서 돌아온지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밀라노의 메아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인상이 보통 강렬했던 것이 아닌가 보다.

엠마누엘레 2세 갤러리. 이탈리아 통일의 기쁨이 햇살로 저 유리창 너머로 비춘다. 오른쪽 아치 바로 밑에는 MTV가 위치하여, 많은 이탈리아 여인들이 그곳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는…

역시 이탈리아의 아이스크림.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구스띠모였나??에서 즐길 수 있다. 정말로 시각적으로 이리도 미각을 자극시킬 수 있지…그 감각이 그저 놀라울 뿐,

아르마니 빌딩의 안내판. 아르마니진, 엠포리오 아르마니 등의 의류 브랜드와 함께 아르마니 카페가 있다. 아르마니 정장을 멋들어지게 차려 입은 남녀가 서빙을 해준다. 역시 디자인은 전문 제품이 아닌, 종합 선물 세트를 가장한 이미지 창조임을 깨닫게 해주는 한편, 아르마니 카사(가구), 플로리(꽃) 등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집안 깊숙히 자리잡게 하려는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아르마니 집이 옆에 있는 만큼, 전세계 아르마니 브랜드 이미지의 헤드쿼터가 아닐까 싶다.
특이한 점은 소니 전자 제품의 갤러리가 바로 이 빌딩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 비 아르마니계열 중에선 유일하지 않나 싶다. 그들의 마케팅적 안목을 칭찬하고 싶지만, 제품 라인이 건물과는 동떨어진 채, 다소 붕떠 있는 듯한 느낌.

옛 도시 계획을 그대로 승계한 도시가 갖는 가장 큰 문제점. 바로 주차난이다. 마차 혹은 자동차는 특권 계층만이 누렸던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 Fiat와 Alpha-Romeo 등 이태리 감성이 풍부하게 묻어난 다양한 자동차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들의 감각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실용성을 근반으로 작은 차이를 만들었다는 것. 결코 현실과 사람을 잊지 않는다.

아마도 트램이 다니는 도시들(심지어 노팅엄에서조차.)에서 많이 볼 법할텐데, 꼭 밀라노에서 하늘을 바라봐야 보이더라. 그리곤 감탄을 내뿜지. 선입관이라는 것이 정말 무서운 듯.

회사다닐 적, 그토록 사고 싶었던 벤츠-스와치 합작사의 경차 스마트를 유럽에서 실컷 보며, 입맛만 다시고 있다. 지금은 더이상 생산이 되지 않지만, 정말 혁신적이고 무엇보다 정말 ‘탐스러운’ 디자인이다. 뒤에 한창 시즌이라 끊임없이 광고를 하고 잇는 정치 포스터들과 이색적으로 주차가 되어 있어 셔터를 눌렀다.

잠깐 정치 이야기를 하자면, Carlo Azeglio Ciampi 현재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포스터 얼굴에 낙서를 한 것을 비롯, 경쟁자들의 다소 공격적인(?) 포스터도 눈에 띄었다. 심지어 어떤 예술가는 그의 부정부패를 빗대어 재벌 출신의 이 대통령이 외국으로 가서 지방 흡입 수술을 받을 때 나온 지방으로 기름을 만들어, 닦여지지 않는 비누를 만들었다는…

가장 큰 이슈는 역시 미국과의 관계인 것 같다. 당연히 현재 집권당은 친미, 젊은이 여론은 반미! 세계에서 이토록 미국에 대한 감정이 표출되는 것 자체가 미국의 슈퍼파워로서의 역할이 감소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 곳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성모 마리아 델 그라찌에 교회의 전경. 최후의 만찬 그림은 찍을 수가 없었다. 아침 일찍, 캐나다 친구를 만나 쉽게 찾고, 다행히 표가 남아 감상할 수 있었다. 세심한 디테일에 역시나 하는 감탄 만발!

다빈치의 말. 산시로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으며, 저 말발굽이 내 몸보다 크다는…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천재 다빈치가 바로 이 도시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와 그의 제자들. 예술과 과학의 선구자.

그리고 레오 앞에서 시위를 하는 할아버지들. 무엇이 불만인지 배너를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참으로 담배를 한대 문 표정이 평화로운 듯. 참고로 이태리는 담배에 수거하는 비용이 포함이 되어, 담배꽁초를 어느 곳에서나 버려도 된다는!!

그리고 또 하나 더! 그 앞에서 써커스 비슷한 묘기로 사람들의 이목을 주목시키는 젊은이들. 데모와 축제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은 그들이 앞에 묘기 부리던 애가 갑자기 뜨자, 놀라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

사람 이야기 마지막으로 하나더. 두오모에서 산바빌라 역으로 가는 길에 만난 집시. 충성스러운 사람은 그의 개가 편히 잠자기를 기다려, 돈을 조심스럽게 모금한다. 설사 잠에서 깰까 개의 눈치를 살핀다.

두오모 광장에서 만난 반가운 영국 아이들. 영국에서 왔냐고 물으니, 곧바로 ‘Si'(Yes in Italian)라고 말하기에 한참을 웃었다. 미국과 달리 외국어에 관심이 많고,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 exchange를 사랑하는 민족.

Caffe Verdi. 스칼라 극장 바로 옆에 위치하며, 파바로띠 등 유명인들의 안식처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았던 곳이다. 스칼라의 상징인 붉은 색으로 치장된 내부 인테리어가 묘한 느낌을 준다. 오래된 오드리 헵번의 인물 사진과 옛 베니스의 그림 등을 감상하고 하우스 와인 한잔에 푸짐한 무료 안주를 벗삼아, 이것 저것 기록하다 보니, 밖에서 관광객 일당이 유리 넘어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다. 이놈의 인기란…^^

명품 거리 나폴레오네. 나의 주머니 상황에 비추어 보아서는 그림의 떡이었지만, 마음대로 입어봐도, 종업원이 싫은 내색 한번 안하니, 이토록 좋을 수가. 중년의 아저씨부터 젊은 이태리 여인들까지 어쩜 그토록 패션에 관심이 많던지,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돌체 & 가바나의 마네킨의 의상을 가지고, 자신들끼리 큰 소리로 열띤 토론을 한다.

대우모바일(Daewoo Mobile)이라는 이름의 중국 휴대폰. 대우상사에서 상품 사용권을 중국에 팔아 그들이 대우 브랜드로 핸드폰을 생산하는 것인지, 중국에서 무단 도용해서 조악한 핸드폰을 판매하는 것인지..확인은 안해보았으나, 두 경우 모두 기분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설의 산시로. Giuseppe Meazza. 도저히 안보고, 돌아갈 수가 없어서 밤에 어렵게 찾아 갔다. 맨손으로 돌아왔더니, 영국 친구들에게 질타를 당했다. 어쨌든 86000명이 들어가며 세리에 A의 최고의 명문 구단인 인테르와 밀라노의 홈구장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대부분의 경기장이 시 소유인데, 산시로를 비롯, 유벤투스와 토리노의 홈구장인 Stadio delle Alpi 그리고 로마와 라치오의 홈구장인 Stadio Olimpico가 대표적이다.

혼자 여행을 부쩍 많이 다녀봤지만, 이유 모를 외로움이 느껴졌던 여행은 이번이 처음인 듯. 감수성이 한창 예민할 때는 이런 거리 음악이 그토록 가슴을 치는 적이 없다. 하지만 이분의 음악은 감히 달랐다. 그저 그 앞에 서서 Knocking on a heaven’s door와 Imagine을 다 부를 때까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여행기의 마지막은 핸드폰으로 찍은 셀카 한장!! 이탈리안의 독특함 그리고 그들의 생활에 묻어 있는 여유를 느낄 수 있었던 멋진 여행이었다, 이는 곧 이탈리아인들의 창의성의 비료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