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왜 첼시를 선택했는가?

삼성전자는 매우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이다. 적어도 지멘스처럼 생각없이 지금은 접은 사업부 mobile을 Galactico 가슴에 새기는 바보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 애초 삼성전자는 철저하게 휴대폰 판매 증진에 초점을 두고 스폰서를 모색했다고 한다. 굴지의 백화점을 가지고 있는 모하메드 알-파이드(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애인)의 풀햄도 후보에 올랐고, 영국내 유통망을 고려해 리버풀도 후보에 올랐다. 잘 알다시피 풀햄은 지난번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보았겠지만 2부 리그 강등 위기에 처한 ‘약체’팀이다. 한때 피자헛도 이들을 후원했지만 현재의 성적은 보잘 것 없다. 당연히 스폰의 결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리버풀? 삼성에서 제안을 받고 조르르 LG전자로 달려갔다고 한다. 이만큼 S에서 제안해왔는데, 같은 금액주면 너희들이랑 할께! LG전자 정말 ‘정’을 바탕으로 기업활동하는 몇 안되는 끈끈한 회사인거 같다. 재작년 중국에서 SARS로 고생할 때, 부사장이 철수안하고 중국인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려고 했던, 말이 고통을 나누려고 한 것이지 죽을 각오한거나 다름없다. 그 기억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이 둘 모두 무산 이후, 돈을 조금 보태 첼시에 투자를 결정하는데..

사실 이전까지 첼시는 경제적인 시각에서 구단 이미지가 매우 약했다. 바로 이전 스폰서가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인 것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돈다발을 쥔 곳은 다름아닌 통신 시장이다. 아스날의 O2. 유나이티드의 보다폰, 바이에른 뮌헨의 T-mobile 등 처럼 통신사업자를 끼고 있어야 정말 잘 나가는 구단이라는 느낌이 팍 온다.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입성 이후 첫번째 스폰서 계약.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의 스폰서쉽 체결 등 숱한 화제를 나은 삼성의 첼시 스폰서 계약, 그중에서도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왜 K리그에는 투자를 하지 않을까하는 삼성을 자선단체로 봐주길 희망하는 사람들의 시각은 배재하고…

<첼시 홈페이지의 유니폼 세일즈 페이지>


Blues
삼성과 첼시 모두 파란색을 사용하고 있다. 색깔의 중요성이 갈수록 중요해져서 인지 컬러 마케팅이 요새 각광받으며, SK의 빨간 주유소 캠페인, 오일뱅크의 파란색 캠페인 등이 연이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삼성은 첼시 후원으로 말미암아 별 노력없이 덩달아 파란색을 더욱 강조하게 된 synergy effect를 가지게 되었다. Chelsea Blues는 유니폼, 경기장 온통 파라니깐…근데 더욱 중요한 건 첼시 brand 자체와 삼성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점이다. 유로 2004 광고인지 아디다스 광고인지…나이키 광고인지 월드컵 광고인지 헷갈렸던 지난 광고주들의 전략을 돌이켜 보라. 첼시 메가 스토어를 지나면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삼성을 인식하게 된다. IMC측면(연대 경영학과 마케팅 장대련 교수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시는..)에서 전략의 극대화가 아닐까 싶다.

Londoners
런던을 연고로 한 팀을 보면 (자세한 지도 클릭!)북부의 아스날, 토튼햄 그리고 남부의 웨스트햄, 풀햄 그리고 첼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서울을 강남은 잠실, 강북은 상암을 연고로 나눠보면 어떨까 고민해본 적이 있다. 이야기가 옆으로 흘렀네. 런던을 연고로 한다는 것.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런던은 첨단제품 그리고 패션의 중심지로 통한다. 오죽했으면 LSE는 그 이름만으로도 프리미엄을 가질까? (이건 아닌가? 깔깔) 런던이라는 도시는 영화 ‘클로져’에서도 묘사되듯이 정말 cool한 곳이다. 그리고 첼시는 대체로 상류층에서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서 형성되는 프리미엄. 런던 그리고 남부를 연고로 하는 팀을 스폰서한다? 얼마나 쿨한 프리미엄?

Challenge
지나치게 수비 위주의 걸어잠그는 축구로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고집대로 영국 프리미어 자국 리그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Murinho감독. 자신의 브랜드화와 더불어 전통 강호 아스날과 유나이티드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은지 오래다. 이는 노키아와 에릭슨과의 대결에서 신흥 휴대폰 강호로 발을 들여놓은지 단 시간에 과감한 도전을 통해 프리미엄있는 선수들처럼, 프리미엄있는 제품을 통해 그들을 무너뜨리고 있는 삼성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하긴 노키아를 제치고 첼시 스폰서를 따낸 것 자체가 드라마다.

Culture
영국에서 몇세기만에 나올까 말까한 천재 미드필더 테크니션 ‘조 콜’이 벤치를 달구고 있다. 감독의 결정에 항명이라도 하면 집중 포화를 맞고 다른 팀으로 쫓겨나기 일수이다. 갈라스, 마케렐레(이상 프랑스), 에시앙(가나),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등 다국적 선수들과 조콜, 존테리, 램파드(이상 영국) 등 자국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팀을 위해 헌신하고 뛴다. 팀 득점도 특정인에게 치우침없이 공을 누구에게 돌리기 보다 팀 성적을 우선시한다. 자칫 집단주의로 비춰지기 쉽지만 이러한 문화가 누구와 많이 닮지 않았는가? 바로 삼성맨이다.

글쎄…삼성에서는 누가 의사결정을 내려 첼시 스폰서를 결정했는지추후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내 관점에서 봤을 때, 첼시 스폰서는 이보다 더 잘할 수 없었다가 정답인거 같다. 다만 유나이티드의 1999년 트리플 크라운 시절 스폰서였던 샤프가 몰락한 것을 거울 삼아 안주하지 말고, 더욱 채찍질을 해주시길 바라옵니다.

이건 보너스. 삼성의 Murinho감독 출연의 D600광고. 문근영폰의 후속작으로 유럽내 기대작이다. 멋지네.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