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이라는 人..Leslie

중학교까지 장국영이라는 존재는 내게 초콜렛 광고를 위해 먼길을 머다하지 않고 달려온, 돈밖에 모르는 그저 잘생기기 만 한 배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덕화의 이종사촌이라고 여겨지는 유덕화와 그저 같은 급이라고 평가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며, 그의 노래를 듣고, 그의 영화를 보게 되면서 그에 대한 참으로 이상한 호감을 갖게 되었다. 항상 홍콩 연예계의 중심에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홍콩 영화계의 중심에 서있지 못하고 outside를 배회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전까지의 홍콩 영화의 흐름은 “느와르=주윤발”,”액션=성룡”,”코미디=주성치”,”얼짱내세운 영화=사대천황”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영웅본색에서 송자걸 역으로 많은 여인들의 가슴을 울리며, 인기를 얻기 시작한 그였지만, 다양한 장르의 영화 출연을 통해 호평을 받았지만 주류에 끼지 못했다. 단순히 그가 출연한 영화가 한편,한편이 괜찮은 평가를 받는 영화일 뿐이었다. 그가 연기와는 거리가 먼 가수출신의 얼굴만 그저 반반하게 생긴 배우여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나의 호감은 어쩌면 이러한 outsider로서의 장국영에서 출발한다. 인터뷰에서건 영화에서건 그의 모습은 개인적으로 이상하리만큼 불안해보였다. 그렇다고 그의 연기가,그의 인터뷰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인터뷰 내용은 항상 자신이 최고라는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고, 그는 아비정전에서의 셔츠 차림으로 춤추는 뒷모습,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동성애자, 색정남녀에서의 포르노감독, 천녀유혼에서의 얼떨떨한 채신 역 등 자신이 맡은 역들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그럼에도 그가 불안해보인 이유는 그의 눈빛이 때문이 아닌가? 하는 나름대로의 진단을 내려본다. 그의 눈빛은 여러가지 표현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패왕별희에서 아편에 쩔어 누운채 먼곳을 응시하는 데이의 눈이 그랬고, 비록 상업성이 짙은 영화였지만, 성월동화에서 상처를 간직한 일본 여인을 옆에 둔 채 쫓기는 형사 가보 역을 맡았을 때도 그랬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양가휘를 바라보는 눈빛은 기억에서 지금도 지워지지가 않는다. 영화에서 요구한 것 이상의 것을 눈빛에 담아 냈기에, 아니 자의와는 관계없이 너무 많은 감정이 그의 눈에 담겨져 있었기에 그가 불안해보였던 것은 아닐까? 반대로 말하면 그의 눈빛을 완벽하게 담아낸 영화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기에 참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출 연
2002년 이도공간 (Inner Senses) – 짐 역 / 생각보단 실망을 많이 한 영화, 하지만 그가 죽어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1999년 성월동화 (Moonlight Express) – 가보,다츠야 역 / 비록 짙은 상업성을 띤 영화였지만, 일본 여인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만큼은 놓쳐서는…
1999년 유성어 流星語 – 이조락 역
1998년 구성보희 九星報喜 (Ninth Happiness)
1998년 타임 투 리멤버 (Time To Remember,A)
1997년 해피 투게더 (Happy Together) – 보영 역 / 가장 장국영다웠던 영화, 그의 연기 하나하나가 가슴속 깊은 곳의 답답함을 표현했다.
1997년 색정남녀 (Viva Erotica) – 아성 역 / 장국영 개인적으로 애착이 간다고 했는데, 연소자관람불가라 못봤음..ㅡ.ㅡ;
1996년 풍월 (風月: Temptress Moon) – 충량 역 / 주제곡 “a thousand dreams of you”를 들어봅시다!!
1996년 금지옥엽 2 (Who’s the Woman, Who’s the Man) – 샘 역 /
1996년 대삼원(大三元) (Tristar) – 홍중 역
1995년 야반가성 (Phantom Love, The) – 송단평 역 /부끄럽지만 고3때인가? 어머니와 함게 TV에서 보다가 눈물을 글썽인것 같다.
1995년 금옥만당 (Chinese Feast, The)
1994년 동사서독 東邪錫 (Ashes of Time) – 서독 구양봉 역 / 영화를 봤지만, 이해는 못하겠음..죄송
1994년 금지옥엽 (He’s a Woman, She’s a Man) – 샘 역 / 피아노를 치며, 한편으론 혼란을 느끼는 그…
1993년 백발마녀전 (Bride with White Hair, The) – 탁일항 역 / 고독함을 간직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놓치지 맙시다!
1993년 패왕별희 (Farewell My Concubine) – 데이 역 / 아편에 취한 모습, 그리고 공리에 대한 사랑..
1991년 가유희사 (All’s Well, Ends Well) / 그도 역시 주성치의 희생양이 되어야만 했다.
1990년 아비정전 (Days of Being Wild) – 아비 역 / 영화를 보고 나면, 꼭 화장실에 가면서 맘보춤을 추게 된다.
1990년 천녀유혼 2 : 인간도 天女幽魂 2 : 人間道 (Sinnui yauman II) – 영채신 역 /한때 내가 만약 귀신과 사랑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고민많이 했었습니다.
1987년 천녀유혼 (Chinese Ghost Story, A) – 영채신 역 /어리버리한 그의 모습은 정말 모성애를 자극하기에 충분하죠!
1987년 영웅본색 2 (Better Tomorrow II, A) – 송자걸 역 /넘 일찍 죽습니다. 전화부스안에서 죽어가며, 자신의 아들 이름을 지어주는 장국영
1986년 영웅본색 (Better Tomorrow, A) – 송자걸 역 /이 영화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주윤발의 영화였죠.
1984년 장국영의 H2O(龍鳳智多星) (Intellectual Trio H2O)

덧붙이기…그는 어릴적 10남매의 막내로서 홍콩에서 손가락안에 잡히는 섬유 부호의 아들이었지만, 아버지가 첩들을 집에 들여 놓으며,어머니와 일찍 이혼한 불안한 집안 환경에서 자라났다. 이런 환경이 그에게 끼친 영향은 그가 어머니를 위해 콘서트에서 부른 “月亮代表我的心”에서 조금이나마 느낄 수가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