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도저히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인간의 과욕과 오만이 부른 이 실패 사례가 도리어 독서를 마친후 나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그들의 사업 모델은 ‘시장의 안정성’에 베팅을 하는 것이다. 시장이 일시적으로 출렁이면 안전 자산 선호 현상에 의해, 미국이나 일본 등지의 국채 매입 선호 현상이 일어나며, 나라별 채권의 수익률이 달라지게 된다. 안전 자산 선호 현상으로 수요가 몰려, 일시적으로 값이 오른 채권을 공매도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채권을 매수하면 시장의 안정화에 따라 스프레드가 줄어들며 수익을 얻는다. 심지어 영국과 독일과 같이 부도 위험이 비슷해 보이는 두 국가도 스프레드 차이가 있다.
이 거래는 (1) 짝을 맞춘 스프레드에 좌우되기 때문에 채권 시장의 붕괴 여부와는 관련이 없었으며, (2) 높은 레버리지/사이즈가 큰 블럭 거래를 통해서 채권 수익률 차이 몇 Bp에도 큰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Black & Scholes Formula로 노벨상을 받은 이가 설계한 이 완벽한 모델에 사람들과 은행들은 서로 돈을 대기 위해 몰렸다. 그들의 매도/매수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며, 블랙박스에 헤어컷(리스크에 대한 일종의 commission)도 없이 투자를 종용한 배짱도 한몫했다. 3~4년에 걸쳐 그들은 높은 수익을 올렸다. 그리고 그들이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 예언했던 ‘운이 없는’ 폭풍의 계절이 다가와 펀드는 실패했다.
- 시장은 마치 여자친구의 마음처럼 감수성이 예민했다. 비이성적으로 러시아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으며, 이에 동요한 시장은 급격히 붕괴되었다. 극단적인 안전 자산 선호 현상에 따라, 벌어진 스프레드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현실 세계는 카드 52장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었다. 리스크를 모두 수치화하여, 반영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고,(전염병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일까?) 따라서 시장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 과거의 추이는 과거일 뿐이다.
-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들의 모델은 분명 옳았지만, 레버리지를 많이 일으킨 자들에게 장기적인 시각은 일종의 사치다. 헤어컷까지 없애가며 돈을 빌려준 이들이 시장 붕괴 속에서는 마치 좀비처럼 원금 회수를 위해 달려든다.
- 유동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들의 사이즈가 큰 블럭 거래는 돈이 점차 증발되는 것을 목전에 두고도, 매수자가 없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 높은 수익을 올리며, 헷지를 해야 한다는 감각은 점차 마비되었다.
그들은 자산의 절반을 잃었지만, 시장의 신뢰는 전부 잃고, 펀드의 완충 역할을 할 추가 자금을 얻지 못해 결국 헐값에 펀드는 매각되고 말았다. 그 후 메리웨더가 재기하여 헷지펀드를 운용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Via twitter.com/jeffjwk). 나에게 10M이란 돈이 있는데, 잘되면 +50M의 수익률이 기대되면, 잘 되지 않을 때 그는 파산하여 -10M이 되고, 나머지 -40M과 동요로 인한 파장을 시장에 안기는 거래 구조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오만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