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홍콩에서는 얼마전 ICBC 광풍이 불었었다. ICBC란 캐나다의 보험회사가 아니라 중국공상은행(Industrial and Commercial Bank of China)의 약자이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중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고, 아시아에서 가장 큰 은행으로 세계에서는 4번째로 큰 상업 은행이다. 이곳 홍콩에도 지점이 있으며, 중국은행 옆에 건물이 홍콩 본사로 시티은행과 쌍둥이 건물로 붙어 있다.
베이징에 있을 때, 학교 옆에 농업은행이 있는 이유로 농업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는데,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 ICBC의 적수가 되지 못했었다. 쾌적한 느낌을 주는 깔끔한 지점은 물론, 수많은 ATM 기계들이 중국 도시 전역에 있어 늘 농업은행으로 계좌를 튼 것을 후회하곤 했다. 얼마전 중국 계림을 여행할 때, 돈계산을 잘못해서 씨티은행 계좌로 돈을 꺼내려고, 중국은행을 비롯하여 농업은행, 건설은행, 광동발전은행 등 다양한 은행 지점을 방문했지만 사용불가카드라는 대답만을 들었다. ICBC의 ATM기에서는 간단히 현금 인출이 되었다.
이곳 홍콩에서도 적극적인 영업을 개시했는데, 구인 측면에서 보면, 역시 투자은행 쪽에 포커스를 맞추는 듯하다. 홍콩 언론에서는 연일 HSBC보다 선진 금융 시스템을 갖췄느니, 대출 상품, 신용 카드 등의 상품 면에 있어서 혜택이 홍콩의 은행과는 비교가 안된다느니,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이런 은행이 IPO에 나서니, 모두들 열광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세계에서 유래없는 가장 큰 IPO, 홍콩과 상하이에서 동시 상장한다는 자신감! 뉴스는 ICBC건으로 도배를 했고, 필자 역시 마법에 걸린 듯, 한국에 있는 돈을 빼서 오퍼를 했다. 은행에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오퍼를 위해 수표를 끊고 있었다. 그리고 난 당당히 떨어졌다. 룸메이트는 성공했는데 조금 배가 아프다. 가격 추이를 지켜보는데 3.01이었던 상장 가격이 4일이 지난 오늘 3.50을 기록했다. 생각보다는 상승세가 가파르지 못하다.
중국 비즈니스 쪽 교수님들의 조언에 의하면, 중국 대륙의 은행들의 회계상 조작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특히 ICBC는 부정의 표본이며, 메릴린치 등 상장 주관사들도 어느 정도 이익을 실현하면, 빠질 것이란 예언을 내놓았다. 나아가 언젠가는 그들이 안고있는 문제가 폭탄처럼 터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다. 한편으로 개인적으로 과연 산업은행이 쓰러질 수 있으며, 쓰러진다면 중국발 금융권 위기는 온아시아를 97년 외환위기 이상으로 몰고 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교역 1위인 한국의 경제는 쓰러질 것이 뻔하다는 것, 어차피 다른 투자도 물거품이 되기는 마찬가지! 부정적인 생각이 끝이 없다고, 숏세일이나 옵션 등을 구입하자니 내가 무슨 억만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도 아니고…
일단 조금 더 지켜보자!! 어찌되었건 홍콩의 할머니에서부터, 상하이의 동네 청년까지 경제 뉴스앞에 앉게 만들어준 ICBC덕택인지 항셍 인덱스가 그동안 많이 올랐다. 마무리를 잠깐 옆으로 비켜가자면, 반 장난으로 세오가 온 이후, 홍콩에 달라진 것은 칭따오 맥주의 주가가 급격히 올랐다고 했는데, 그래프를 보면 정말 놀랍기 그지 없다! 참고로 내가 홍콩에 온 것은 8월 26일! 한편으로는 흐뭇하면서도 그동안 내가 먹은 칭따오 맥주 술값이면, 주가가 반토막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우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