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 on you Spurs!

현 독일팀 감독을 맡고 있으며, 94년 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로 그림같은 골을 넣었던 위르겐 클린스만도, 2001년 대륙간컵에서 5:0으로 프랑스가 한국을 침몰시킬 때 그 중심에 있었던 유리 조르카예프 등 전설들도 이루지 못한 꿈이 있으니, 바로 그들의 소속팀이었던 토트넘 홋스퍼를 꿈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에 진출시키는 것이었다.

프리미어리그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그리고 1966년 이후,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던 스퍼스 소년들의 꿈은 물 건너갔다.

사실 내 소개에도 있듯이, 나는 전형적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팬이었다. 에릭 칸토나의 기행적인 슛이 좋았고, 베컴의 외모 만큼이나 빼어난 프리킥이 나를 늘 열광하게 만들었다. 박지성이 이곳 맨체스터에 입단하면서 나의 이 붉은 악마에 대한 사랑은 더욱 커져만 갔다.

토트넘?? 피스컵을 치루기 위해 2년에 한번씩 한국을 방문하는 이팀은 그저 내게 생소하기만 했다. 그저 월드컵때 총소끼 잘해서 인떼르(Internazio, 이탈리아의 밀란 연고 축구 명문팀, 세계랭킹 1위)에 갔다가 쫓겨서 프리미어리그에 간 로비킨이 있는 팀 정도로만 알았다. 네덜란드 출신의 감독 마틴 욜이 한국에서 자신들이 아스날보다 낫다고 할 때는 비웃음이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곳 영국 노팅엄에 와서 스퍼스의 광팬인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의 이런 생각들은 하나둘씩 바뀌기 시작했다. 옆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자세히 보면 달력의 주인공은 이영표 선수!^^) 그들은 방을 스퍼스로 가득 채워넣고, 스퍼스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펍에 일찍 가서 가장 좋은 자리에서 열광적으로 응원했다. 물론 THOMSON (영국의 여행사) 로고가 선명한 셔츠는 절대 잊지 않았다.

또한 약한 팀을 무심결에 응원하게 되는 UNDERDOG심리의 영향으로 나는 이번 시즌 그들의 40년만의 유럽 나들이를 열광적으로 응원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시즌 4위를 차지하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게 된다.)

토트넘의 광팬인 기숙사 친구들 덕분에 지난번 올드트래포드와 마찬가지로 티켓의 정가만 주고 몰락한 DJ 헤스키가 버티고 있는 버밍엄과의 경기를 보게 되었다. 사진 제일 왼쪽의 마크가 하는 말이 버밍엄은 워낙 거친 곳이니 토트넘의 유니폼을 꼭 숨기고, 절대 여행객인척, 나의 큼지막한(?) 카메라를 가져가지 말라고 하였다. 토트넘의 어웨이 경기이니 말이다. 얼마전 훌리건 관련 영화를 본지라 그의 말대로 조금의 불안감을 안고 떠났다. 더더군다나 상대가 걸치기로 소문난 공업도시 버밍엄이 아니던가?

잠시 축구장 방문 이야기를 하자면 언제나처럼 맥주 3병을 20분 정도 걸어서 창고형 판매점까지 가서 구입해서, 왜 그 먼 곳까지? 훨씬 저렴하니깐…^^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 벌컥벌컥 들이키고, 경기장 입구에서 파는 프로그램북을 3파운드 주고 구입해서 오늘 출전선수는 누가 있는지, 버밍엄과 토트넘의 인연 혹은 악연은 어떻게 되는지 유심히 살펴본 뒤에 드디어 경기장에 입성하게 되었다.

토트넘의 전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폴 로빈슨 골키퍼! 데이빗 제임스를 밀어내고 영국의 국가대표 골키퍼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오른쪽 상단에 이영표 선수와 젊은 태양 아론 레논이 보인다.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의 이 레논은 후반전에 버밍엄의 페널티라인안을 자기 집 마당을 돌아다니듯이 휘젖고 다니다 결국 골까지 뽑아 내었다.

한국에서 꼭 이루고 싶었던 소원이 바로 골대 바로 뒤에 앉아 보는 것이었다. 그냥 때로는 머리를 감싸쥐고 아쉬워 하고, 골을 넣을 때는 하늘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보고 싶었다. 결국 로비킨이 바로 내 앞에서 골을 넣고, 나 혼자 만의 생각이었겠지만 나와 눈을 마주친 후에 총을 나를 향해 날렸다. 물론 이후, 버밍엄의 응원단을 향해 디스코를 추는 것은 잊지 않았다.

Let’s get the Pit going, tra~~la~la~la!
Let’s get into discos, tra~~la~la~la!

런던에만 프리미어리그 팀이 대략 7개 팀이 있다. 그중 북런던의 라이벌은 토트넘과 아스날이 유이하다. 90년대 맨유와 함께 프리미어리그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아스날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눈의 가시였겠는가? 사실 이 사진은 아스날과 비야레알의 경기가 있던 날, 남부 런던의 친구(가운데 스티브!)집에 방문했을 때, 펍에서 찍은 사진이다. 아스날이 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그런데 스티브 친구의 형은 아스날 팬이다…)그런데 키가 195는 되고 어깨 넓이가 내 두배는 되어 보이는 아스날 져지를 입은 남자가 우리 테이블 바로 옆에 앉아 난 바싹 긴장했다. 알코올 섭취를 어느 정도한 이들은 태권도 검은띠인 내가 이들을 지켜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으므로…

실제 응원은 더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이루어지지만 대략,
We hate Arsenal and we hate Arsenal
We took the north bank and that was fuck all,
The Tottenham will rise and the Arsenal will fall.
Stand up, if you hate Arsenal, stand up!!

그래, 모든 이유를 떠나 이 녀석때문에 나는 토트넘을 좋아하게 되었다. 버밍엄과의 축구 경기장을 갔을 때, 얼마나 경기장을 많이 왔으면 주변에 앉은 사람들중 절반은 다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이름까지…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축구장에서 응원같이 하다가 알게 되었다고 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게 영국의 축구 문화다.

Yid Army(토트넘의 창립은 바로 유태인들과 함께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을 유태인 군대라고 부른다.)의 고공비행은 끝났다. 결국 그들이 그토록 싫어하던 아스날에게 발목을 잡혔다. 작년에 리버풀이 동지역 라이벌 에버튼에게 발목을 잡힌 것과 너무 유사하다! 하지만 이게 바로 축구인 것을…내년 시즌에는 더 큰소리로 새로 푸마가 스폰서하는 유니폼을 입고 TV를 보며 외쳐야 겠다!

One team in London
There’s only one team in London.
We are Tottenham, super Tottenham,
We are Tottenham from the Lane.
Glory glory Tottenham Hotspur,
And the Spurs go marching on.

오늘의 추천곡 : Bad day by Daniel Pow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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