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의 가장 큰 관심 분야는 회복력이다. 다리가 삐끗하여 넘어졌을 때, 어떻게 하면 훌훌 털고 일어설 수 있을까? 얼마전 김경준 씨가 10년 만기 출소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서전인 BBK의 배신을 읽게 되었다. 김경준이라면 회복력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책은 출판사를 구하지 못한 탓인지 출판사가 비비케이북스 였고, 흔한 추천서 하나 받지 못해 책 표지에는 책 내용을 직접 발췌했다. 한마디로 자서전은 그의 현재 상태처럼 너덜너덜했다.
김경준은 30대의 나이에 금융인으로 돈, 명예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성공을 손에 쥐었다. 성공을 위해 한국으로 왔고, 파생상품을 디자인하며 성공가도를 지속한다. 회장님이 만나기를 원하십니다. 한 문자를 받고 찾아간 리츠칼튼 일식당에서 그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반겨주는 MB를 보았다. 그리고 이때의 잘못된 만남으로 인생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BBK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었고, 조두순이 12년 형량을 받은데 비해,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13년을 구형받고, 책을 썼던 ’12년까지 복역중이었다. 옥중에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지금도 MB를 미워하고 있는지?
감옥에서 쓰여진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이루어졌다. 첫번째 파트에서는 MB가 얼마나 악랄하게 자신을 괴롭혔는지를 보여준다. 김경준은 분명 잘못된 의사결정을 했다. 규제 기관을 속였고, 투자자들을 기만하여 손해를 끼쳤다. 이 사건에서 MB는 공범이었을까? 피해자였을까? 권력의 달콤함은 정말 무섭다. MB는 대통령으로 가는 길위에서 김경준이 장애물이었고, 검사들은 MB와 한 배를 탄다고 선언하며 Next Step 보장을 받았을 것이다. MB는 피해자로 프레이밍 되었고, 고스란히 그 몫은 김경준에게 돌아갔다. 실명을 거론하며 그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의 억울함이 활자에 그대로 느껴진다.
두번째 파트에서 반전이 있다. 30대가 되어서야 생전 처음 방문한 대한민국에서 그는 국가 권력 앞에 10년이라는 복역 기간 동안 무릎을 꿇을 지언정(심지어 책을 썼던 시점에는 만기 출소 이전에 나갈 것이라는 희망은 아예 접었다.) 기개를 결코 잃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잘난 사람이었거든? 홀로 외치면서 말이다. 미국에서 이민자, 소수자로 살아가며, 그는 차별에 맞서 자신의 보이스를 절대 죽이지 않았다. 조직이 소수자를 품고 다양성을 지니면, 이점이 많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나갔다.코넬대-시카고대 경제학 석사-와튼 MBA로 화려한 학벌에 대해 노골적으로 자랑을 하지만, 그의 외침이 결코 잘난척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미국에서 2년, 한국에서 8년간 복역을 하는 와중에도 무너지지 않고 자신을 지켜낸 자존감 때문일 것이다.
그는 여전히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가 꼭 재기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의 권력과 더이상 얽매이지 않고 그의 날개를 펼쳐 날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