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의 가재걸음, Forever young.

이탈리아 일간지에 ’00년부터 ’05년까지 기고했던 에코 교수님의 컬럼 모음집인 가재걸음은 ‘장미의 이름’같은 고풍스러움과 묵묵함을 상상했던 내게 반전을 주었다. 교수님은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우스꽝스러운 이탈리아 경찰이 나오는 드라마를 즐겨 보고, 무엇을 생각할지 고민하기 위해 신문 사설을 읽는 평범한 할아버지였다.

어르신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흥미를 느낀건 통찰력이라는 눈이었다. 그는 자신의 Language로 현상을 해석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나고 우리는 개운한 느낌이 없었다. 죽어가는 로컬 젊은이들을 TV에서 보았기 때문에 환호하는 미국 병사들에게 공감이 되지 않은 까닭일까? 불과 몇일 전만 해도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며 승자에 환호했었는데… 이유인즉, 신전쟁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기 때문이었다. 징기스칸은 제주도의 말을 수입해서 기마군을 일으키지 않았지만, 현대 문명의 혁신은 중동의 기름으로 탄생했고, 이라크 군인은 미제 무기를 들고 미군과 싸운다. 적과 아군이 모두 연결된 셈이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옆에서 “You complete me.”라고 읊조리는 듯 오싹하다. 테러리스트가 공포스럽게 느껴지는건, 과거의 적들은 국경 너무에 존재했는데, 이제는 내 옆에 있되, 누가 테러리스트인지 모르는 까닭이다. 전쟁에서 Connection의 증거를 찾아낸 그의 Inisight가 놀라울 따름이다.

다양한 분야를 다루지만, 그의 날선 비판이 겉핧기 식으로 느껴지지 않는 건 삶에 대한 애정과 확고한 철학때문이다. 그래서 인종 차별주의, 미디어 포퓰리즘과 같은 전인류적인 문제부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이버 왕따/폭력과 사립학교 등록금 등 불편한 주제를 무게중심을 가지고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었다. 비록 공감이 되지 않는 아이디어도 있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탈리아 정치와 관련된 부분은 배경을 모르니 베를루스쿠니 총리에 대한 비난도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도 있지만, 그의 한결같은 고집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오죽했으면 한 독자는 그의 책 모든 단어에 줄을 긋고, 똥이라고 써서 그에게 보냈을까? 그 소포를 받고, ‘허허’ 웃음을 띈 에코 교수님의 배짱과 한결같음에 혀를 내두른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부지런한 관심과 개인의 철학 그리고 곳곳에 피어나는 유머까지… 이 책은 움베르토 에코라는 한 사람에 대한 여행기이자, 1932년생 노인으로부터 찾아낸 젊은이상이다. 보편적인 지식을 차곡 차곡 쌓아나가는 삶. 밥 딜런이 부른다. Forever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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