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반도체 시대

제목이 어디서 본듯 매우 식상하다. 이동통신과 반도체라는 전혀 다른 산업을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모바일 반도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퀄컴의 인텔 시가 총액 추월을 계기로 화제를 모으게 된 반도체 주제에 대해 나름 View를 정리하고자 한다.

이동통신회사에 재직하지만, 운이 좋게도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 두곳을 비롯, 세곳의 반도체 회사를 Due Diligence할 기회를 가져, 반도체 업을 어깨 너머로 접할 수 있었다.

반도체 업은 농업과 유사하다. 배추농사를 짓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열심히 한정된 xx헥타르의 밭에서 품질 좋은 배추를 최대한 많이 생산한다. 수확철이 되면 가격은 시장에 의해 결정이 되고, 시장의 수요에 따라 그 해에 대박이냐, 쪽박이냐가 결정이 된다. 반도체 업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판(Wafer)을 기술력으로 많이 쪼개서 많은 반도체를 생산하거나, 불량율을 줄여서 상품화되는 반도체수를 늘리고자 한다. 20나노, 30나노 등의 개념은 전자이고, 뉴스에서 흔히 보는 수율(Yield)이라는 개념은 후자이다. 생산된 제품의 가격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며, 이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영업 적자가 크게 나기도 하고, 반대로 흑자가 나기도 한다.

사실 반도체업은 인터넷 시대 이후 정체기였다. 과거에는 286에서 386으로 PC를 바꾸면, CPU, 그래픽카드를 바꾸곤 했다. 윈도우95에서 98로 바꾸면서 DRAM업그레이드는 필수였다. 친구들끼리 게임을 구동하고, 얼마나 매끄럽게 영상이 돌아가는지가 곧 그 친구의 사회적 지위였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모든 컴퓨터이 연결이 되면서 사람들이 더이상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윈도우XP는 장수를 했고, 최근 출시된 윈도우7 및 8은 그다지 큰 업그레이드를 소비자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온라인 기반의 게임은 Performance보다는 Universality가 중요하기에, 역시 컴퓨터를 바꿀 정도의 업그레이드는 필요없다. 기기에 대한 수요 감소는 자연스럽게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졌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회사는 PC이외에 자동차, 건물 등 다양한 곳에서 반도체가 쓰이는 그림을 그렸지만 세상은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반도체업에 뜻밖의 성장의 기회를 이동통신이 제공하게 된다. 스마트폰이 도입되며 사람들은 80-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이동통신사의 보조금과 함께 Affordable한 Financing으로 1-2년에 한번씩 구매를 하게 되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사이에 태블릿PC라는 새로운 Category가 형성되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는 두뇌 역할을 하는 AP와 기억 저장 공간 역할을 하는 NAND, DRAM 그리고 통신용 모뎀 등의 반도체가 들어 있다. 한편, 사람들이 고기능의 기기를 늘 지니고 다니다보니, 이를 활용하기 위해 클라우딩이 각광을 받게 된다. 애플, 아마존 등은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설립했고, 자연스럽게 서버용PC CPU, DRAM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다.

성장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과실을 누가 따먹을 것인가? 최근 시장의 평가를 보면 인텔은 가능성이 가장 낮아 보인다. (인텔 주가 참조, 52주 최고가 29.27, 11/20 주가 19.51) 이유는 인텔의 비메모리 반도체의 출발점은 “고성능/고전력”이기에 “모바일”로 가기에 어려움이 많은 까닭이다. 왜 노트북은 더 큰 배터리를 장착했음에도 3-4시간 밖에 지속되지 않고, 스마트폰은 만 하루를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고전력”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Medfield라는 새로운 프로세서를 출시했지만 아직 시장의 반응은 “Intel Inside” 스마트폰에 대해 차갑다. 그렇다고 인텔이 급격한 추락을 겪을 것 같지는 않다. 클라우딩으로 촉발된 서버 시장의 Upside를 향유할 것이고, 이미 10나노대에 진입했다는 그들의 공정 기술은 경쟁자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반도체 업의 Edge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은 수혜자를 퀄컴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내가 종종 지인들에게 주는 주식 관련 조언을 듣지 말아야 할 이유가 지금부터 나온다.) 먼저 통신 모뎀칩 시장을 살펴보자. 퀄컴은 과거 CDMA시장에서는 80-90%, WCDMA시장에서는 50% 정도의 통신용 모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향후 LTE시대가 되면 퀄컴의 독과점은 깨질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TD-LTE를 국가적인 Agenda로 설정하고, 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삼성과 엘지 역시 상당한 LTE관련 특허를 쥐고 있다. 관련 특허가 흩어져 있다는 것은 일종의 치킨 게임이며, (내가 라이센스료를 올리면, 상대도 올리므로 낮은 라이센스료에 서로 무언의 합의를 한 상태) 이에 중소 업체들 마저 저렴한 라이센스료로 LTE 통신 모뎀을 생산 가능하다. 물론 현재는 CDMA 혹은 WCDMA/GSM과의 원칩 기술이 필요하여 퀄컴 칩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Vo-LTE 시장의 확산으로 LTE 시대가 오면 이런 일시적인 칩에 대한 니즈는 줄어들 것이다. 피쳐폰 시대에는 통신 모뎀이 휴대폰 부가가치의 핵심이었다면, 스마트폰 시대에는 AP가 부가가치의 핵심이다. LTE 통신 모뎀은 80만원짜리 데스크탑 PC의 1만원 짜리 랜카드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시장 사이즈는 줄어들고 있고, 시장내 퀄컴의 지배력은 약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AP시장은 어떨까? 퀄컴은 이례적으로 포털 및 극장 광고로 자사의 AP인 스냅드래곤의 광고를 내보냈다.  스마트폰 시대의 가장 Powerful한 AP는 스탭드래곤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는 가지고 있다. 특히, LTE와의 원칩형태의 S4는 정말 섹시한 “물건”이다. 그러나 문제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삼성이 스냅드래곤을 쓰지 않고 독자 AP를 쓴다는 것이다. LG마저 옵티머스와 같은 프리미엄폰에는 스냅드래곤을 탑재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독자 AP를 준비하고 있다. 인텔이 PC 시장에서 강력한 지위를 가졌던 것은 소위 “윈텔 연합”으로 불리우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OS와의 강력한 호환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행하게도 스냅드래곤은 기타 AP대비 “안드로이드”와 강력한 호환성을 지닌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향후 춘추전국시대로 전망하는 AP시장에서 퀄컴이 강력한 리더십을 갖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수혜자는? 생각을 좀더 정리해서 추후 공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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