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의 축구 문화를 찬양하는 글이 넘치고 있다. 경기가 있는 날. 가족끼리 저지를 입고 응원을 하는 등 축구의 일상 생활화에 대한 부러움이다. 맞는 말이다.
필자가 유럽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난 영국인 친구 역시 축구 중독증에 시달리며 펍에서 축구 같이 볼 사람. 월요일 오후에 축구 같이 할 사람을 모으고 다니는 것을 보면 분명 축구는 그에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음이 분명하다.
축구는 철저히 남성주의 스포츠이다. 우리에게는 이슬람 국가에서 축구장에 여성 출입을 자제시킨다는 소식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지만 영국인들은 ‘여성이 재미없는 축구장을 왜 찾을까?’라고 말하다. 영국을 비롯한 축구 강국들의 여자 축구 실력은 미국·중국·호주 심지어 때론 북한에게 맥을 못춘다.
나아가 축구는 노동자의 운동으로 출발했다. 가죽 공 하나만 있으면 규칙에 대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손쉽게 즐길 수가 있었으며. 한 집단이 팀이 되어 팀워크를 이루고 타팀과 ‘싸우는’ 이 경기는 그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영국의 유명 클럽인 노팅엄 포레스트.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즈. 뉴캐슬 등이 중북부 공업 지역에 몰려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동자 계층과 남성. 이 둘을 하나의 선으로 이어 연장선을 그으면 바로 술과 도박으로 이어진다. 영국인들은 세상 누구보다 술을 좋아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와인도 이들 손에 쥐어 주면 순식간에 병나발을 불기 일쑤이다. 이들은 축구를 보기 전 이미 술에 흥건히 젖어 있다.
영국인들은 또한 도박을 좋아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스포츠토토이다. 윌리엄힐이나 베트프레드 등의 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구단마다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의 공식적인 베팅업체를 선정한다. 심지어 토트넘의 맨션. 미들즈브러의 888.COM처럼 도박업체를 자신의 메인 스폰서로 결정하기도 한다.
술이 흥건히 취한 상태에서 내 지역 연고팀이 경기를 한다. 여기에는 내 돈이 걸려 있다. 자연스럽게 경기가 손에 땀을 쥘 수 밖에 없다. 훌리건의 탄생 배경이기도 하다.
팬들은 너무 즐겁다. 좋아하는 축구를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구단이었다. 매 경기 25P만 들고 와서 경기장을 다 부수고 가는 관중들로는 운영이 힘들었다. 선수들의 몸값은 나날이 폭등했다.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진 구단이 바로 노팅엄 포레스트이다.
폭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축구 문화에서는 돈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축구에 소외되어 있던 이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여성용 저지도 만들고. 여성 팀도 만들었다. 크리켓만 보는 부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축구를 볼 수 있도록 스카이박스와 VIP석을 신설했다.
아시아·호주 등지에서 영국의 축구 문화가 그리워 비행기를 타고 오는 이들을 위해 일급호텔 2박 숙박권과 VIP석 관람권 등을 묶은 패키지 상품도 내놓았다. 마침 마피아 자본 등이 참여한 Canal 사의 영향으로 중계권도 폭등하면서 스카이스포츠에 프리미어 리그 중계 독점권도 비싼 값에 팔았다.
또한 축구를 한편의 공연으로 승화시켰다. 공연의 생명은 조명이다. 칙칙한 영국의 날씨 탓도 있겠지만 그들은 낮에도 환하게 조명을 켠다. 태양광을 이길 수는 없겠지만 그림자 부분을 최소화하고 관중들이 축구에만 몰입하게 하는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돈을 내고 유료 채널을 관람하는 이들에게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HDTV화면을 통해 90프레임 카메라 20대 가량이 곳곳을 전부 잡아준다.
프리미어리그는 성공했다. 프리미어리그를 자신들의 하부로 여기던 세리에 A. 프리메라리가. 분데스리가 등이 벤치마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돈이 벌리는 곳에는 어김없이 자본이 따르는 법이다. 자본이 거대해지고 많은 이들이 몰리면 그만큼 소비자의 혜택은 늘어난다. 그러나 이탈리아처럼 축구가 권력과 연계해 승부조작·부정부패가 행해지고 구단이 돈세탁의 시발점이 되는 등 축구의 기본 정신이 훼손될까 우려된다. 축구의 순수함이 무너질까 걱정된다.
맨체스터의 영웅 보비 찰턴 경이 “외국 선수들이 들어오며 다이빙 등의 속임수 행동이 늘어나고 있다”고 발언한 내용은 그 속에 더 큰 뜻이 숨어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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