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버그에서 기차로 대략 40분 정도가 걸리는 아인트호벤은 웬지 모를 친숙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그곳으로 1일 투어를 다녀왔다. 기차로 왕복 대략 14 유로 정도? 일일 왕복권을 끊으면 기차 값이 한없이 싸진다. 한가지 팁을 더하자면 네덜란드 재학 대학생 친구와 같이 기차를 타면 무려 4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작고 아담한 도시 아인트호벤을 갈 때 기억해야 할 것은 정확하게 세가지이다. Let’s Make Things Better! 필립스, 그들의 함성이 살아있는 PSV 축구 클럽 그리고 현대 예술 반 아베 박물관!
후배 녀석이 루브르와 대영 박물관을 보면, 다른 박물관은 절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이 계속 귀에 거슬려, 나는 박물관 출입을 자제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찌나 귀가 얇던지… 그러나 네덜란드 친구 아버지께서 이곳 박물관을 꼭 다녀오라는 말에 기차에서 내리자 마자 Van Abbe 박물관으로 달려 갔다. 기차 역에서 도보로 대략 15분 정도 걸린다.
현대 예술을 전시하고 있는 이 곳은 도시의 터줏대감 격인 필립스를 비롯 아우디, 코카콜라 등 다국적 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건축 자체만으로도 멋진 박물관 건물을 비롯, 내부의 우수한 전시 환경을 자랑한다. 물론 지난 100여년간 피카소,칸딘스키 등의 작가의 2700여개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도 이 박물관의 자랑 중 하나이다.
현대 예술의 핵심은 역시 사진과 필름! 그 중 눈에 가장 띄었던 것은 사진 작가 Wilhelm Salmos의 작품이었다. 이스라엘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자극적으로 잡아낸 그의 작품을 보며, 찡하고 무언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냥 지나칠 뻔 했던 설치 예술. 축구공을 가득 실은 트럭이 물 위에 떠있다. 축구공은 넘치려고 하고, 트럭은 어설픈 페인트칠이 되어 있다. 그 이상의 상상은 여러분의 몫!
신기해서 화장실에서 카메라를 들었는데, 알고보니, 유럽 전역에 이런 형태의 남성용 화장실이 널리 보급되어 있다고 한다. 파리를 맞추고자 하는 남자의 ‘마초’ 정신을 자극하여, 소변이 튀는 것을 방지한다. 희생적이면서 참 놀라운 파리다.
필립스 전기(Phillips Lighting) 본사 바로 옆에 위치한 필립스 스타디움. PSV 아인트호벤의 홈구장으로 히딩크 감독이 2006년까지 투잡스로 호주와 함께 감독을 맡았던 곳이다.
PSV는 04-05시즌, 05-06시즌 두 시즌 연속 챔피언으로서 특히 박지성, 이영표 선수가 04-05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하여 프리미어리그로의 도약의 디딤돌로 삼은 성지와 같은 곳이다.
PSV가 유럽에서 유명한 까닭은 네덜란드인 특유의 상인 본능(? 그들은 심지어 New York도 개발하여 영국인들에게 팔기도 하였다.)이 잘 드러나는 구단이기 때문이다. 박지성, 이영표 선수는 물론 브라질의 전설 호나우도, 호마리우에서부터 최근에는 케즈만, 로벤, 롬메달, 반 봄멜 등까지 수많은 저평가 선수들을 발굴하여 타 리그에 비싼 값을 받고 파는 상술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장사속(?)으로 네덜란드에서는 외로운 구단이라고 한다.(아약스 팬인 친구의 증언에 의하면) 로테르담을 연고로 한 페예로르트(송종국, 오노 선수가 활약하던 구단이다.), 암스테르담 연고의 아약스 등이 끈끈한 라이벌 의식으로 가지고 있는 반면, 그들은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아인트호벤을 라이벌로 칭하는 구단은 없다고 한다. 사진은 VIP 호텔과 경기장이 직접 연결되는 하늘 다리. 부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구단의 노력은 전용 라운지에서부터 주차장까지…이렇게 대단하다.
PSV 출신 선수들의 국적기로 꾸민 한 서포터가 운영하는 카페. 때로는 축구가 그 이상의 민간 외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