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선수는 좀더 과감해져야.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연일 에코토 선수의 가치를 깎아 내리며, 이영표 선수의 내년 시즌 왼쪽 윙백으로서 확실하고 에코토 선수를 왼쪽 미드필더로 활용할 것이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 마틴 욜 감독이 그를 얼마나 중용하고 있는지 작년 인터뷰의 재탕도 간간히 보인다.

하지만 직접 인테르와의 평가전을 직접 보고 온 영국 친구의 생각은 달랐다. 22살의 이 젊은 선수는 지난 해, 에런 레논 선수가 주전 자리를 꿰찾듯이, 토트넘에서 꼭 필요한 선수라는 것이다. 역시 젊은 선수 답게 비록 연습 경기였지만 경기 중간 발바닥을 보이는 태클을 하며, 그의 투지를 보여줬다. 수비력에서 의문이 들었지만, 토트넘의 정신적 지주 레들리 킹 선수가 부상으로 중앙 수비 부재로 인한 전체적인 수비라인의 불안함 탓으로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나아가 오버래핑을 자제하고 중앙까지 깊숙히 침투하여 투지력을 가지고 수비를 하는 에코토 선수가 레들리가 제 컨디션을 찾을 때까지 왼쪽 수비수로 적합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물론 곧 나의 반박이 이어졌지만 말이다. 친구의 억지 주장이 다소 들어있기는 하지만, 이영표 선수의 입지가 지난 해, 에드만을 이적시키고, 지글러를 임대보냈던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는 반증이다.

맨유의 리오 페르디난드는 친동생인 안톤이 속한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동생은 어릴 적부터 그랬듯이 경기가 끝나고 엉엉 울 것이라는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세트피스 상황에서 둘은 어김없이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둘은 나이키 조가3 광고를 같이 찍는 등, 여전히 변함없는 형제간의 우애를 자랑하고 있다.

사실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지난 05-06 시즌 중에 이영표 선수가 실수를 하고 박지성 선수가 이를 낚아 채, 루니에게 건내 골을 넣었을 때, 영표 선수는 최소한 경기장에서 박지성 선수와 손을 잡지 말았어야 했다. 얼마전 인터뷰에서 이영표 선수와 박지성 선수가 자신들은 비록 팀은 다르지만, 같은 팀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들끼리 힘들고, 어려울 텐데 서로 의지하고 얼마나 좋겠어? 불행하게도 이것은 한국 팬들의 생각에 불과하다. 한국 팬들이 그들에게 연봉을 주던가? 영국에서도 광팬으로 유명한 토트넘 팬들은 공공의 적 맨유를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긴다.

불가리아 공격수 베르바토프는 토트넘으로 이적하면서 아스날을 상대로 골을 넣는 상상만 해도 즐겁다고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인테르와의 경기에서 혼을 던지는 플레이로 이번 시즌, 팬들의 엄청난 사랑을 예고하고 있다.

팬들의 잣대로 사용되는 판타지게임에서 이영표 선수는 팀내 도슨, 가드너 등의 킹에 이은 중앙 수비수에 이어 스톨테리 선수의 3.5보다 낮은 3.0을 받았다. 팬들은 더이상 그의 리버풀 전, 센세이셔널한 무브를 더이상 기억하지 못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토트넘의 별명은 Yid Army, 즉 유태인 군대라는 뜻이다. 아스날, 첼시, 웨스트햄 등과의 경기는 팬들에게 치열한 전투나 다름이 없다. 경기 내외적으로 이영표 선수의 투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좀더 과감한 언행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가 Pride of London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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