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인간 관계 혹은 회사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 심호흡이 필요한 순간 말이다. 어릴적에는 소주 한잔과 왁자지껄 친구들과 수다 한판으로 곧잘 풀어버리곤 했었는데…나이 서른 중반을 어느덧 훌쩍 넘기고 보니,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되어 버려…’
점차 침묵을 금처럼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때로는 침묵이 무작정 위로해주지는 않더라.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마음속 응어리는 마치 발효된 것 처럼 삭혀 진다고 해야 하나?
혜민 스님의 두번째 책은 한구절 한구절이 마음의 엉킨 실타래를 풀며 내면으로 한 발자국 다가오는 것 같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라는 자비로운 제목에서부터 존재감만으로 사랑을 주는 때가 있다는 울림까지…
책의 한 챕터가 끝나고 스님의 짧은 글을 읽고 나면, 마치 세상의 먼지가 고요히 가라앉고, 온전히 내 자신과 대면하는 느낌이다. 필터에 내 마음을 한번 거르며, 정화하고 있는 느낌으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세상과 시간이 멈춘다. 그래서 이 책을 다 덮을 때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 되었나 보다.
스님은 인간 관계에서 단 한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바로 자존감이다. 대다수의 ‘힐링’ 도서들이 ‘네 탓이 아니다.’를 외칠 때, 스님은 내 마음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스스로 완벽하지 않은 존재임을 깨닫고 자존감을 높여라. 일관되다.
- 다른 사람보다 나에게 먼저 착한 사람이 되자. 그리고 나를 먼저 아껴주고 인정하자. 주변 사람들 눈치는 그렇게 보면서, 정작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귀를 기울여 본적 있었나? 인정받으려는 욕심이 나를 망치지는 않았는지…곰곰히 생각했으면…나의 선택과 직관을 믿자꾸나.
- 실패는 우울하게도 조만간 또 나를 찾아올 것이다. 중요한 건 이번 실패로 나는 무엇을 얻게 되었는지를 곱씹어 생각해보는 것. 명쾌한 답을 얻어야 다음을 향해 정진할 수 있다. 실패의 범위를 좁혀보자. 프로젝트에서 실패한 것인지, 인생에서 실패한 건 아니지 않은가? Lessons learned를 얻었으면, 과감하게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배짱을 가져보자. 열등감을 에너지로 승화하여, 내면의 힘을 끌어내자.
- 새로운 것을 배워보자. 쪽팔림을 다소 수반하더라도. 의심하고, 도전하고 그리고 철학을 해보자. 내 인생의 진정한 갑으로 살아볼만 하지 않은가? 생각한 바를 행동으로 옮겨보고. 또다시 시도해보자.
- 타인의 시선은 물론 중요하다. 마음의 눈을 뜨고 경청하는 것도 필요하고.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모든 고통은 나 자신을 관찰되는 내 모습과 동일시할 때 시작된다. 결국 태풍의 눈은 나 자신이다. 칭찬이나 비난에 흔들리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 자존감을 높이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기대하는 바가 없이 상대의 존재감만으로 사랑을 할 수 있게 되리라. 이해가 되지 않을 때에는 소유하고, 컨트롤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 사람과 더욱 시간을 많이 보내보자. 상대에게 얻는 서운한 마음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집착은 상대를 내 마음대로 하려는 이기심에서 비롯된다. 그냥 서로가 모두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가끔은 그럴 때가 있다. 독서를 통해서 휴가를 떠나고 싶을 때.. 귀한 삶의 완성은 결국 빈 공간이 있을 때 가능하지 않던가?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은 바로 내가 숨쉴 수 있는 공간을 선물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