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를 공부하다, 옵션 파트에서 열을 올리며 강의를 해주신 데이빗 뉴튼 교수님이 생각나 몇 자 적고자 한다. 저 멀리 맨체스터 비즈니스 스쿨에서 매번 우리학교로 출강을 오시는 교수님은 뛰어난 유머 감각과 멋진 패션 센스를 자랑하는 영국 신사분이다. 교수님들 최초로 내게 영국 액센트가 살아 있다며 칭찬을 해주신 분이기도 하다! 흐뭇~
사실 옵션이라면 지난 계절학기 투자론 시간에 콜과 풋 행사가 언제 되는지에 대한 이론적인 틀밖에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에 Option Pricing을 비롯 좀더 자세하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글쎄 이 흥미로운 파생상품은 카지노판에 비유할 수 있겠다. 괴기스런 위험을 창조해내며, 이를 뛰어난 글발로 포장, 확대하여 결국 ‘판’을 만들어내는 약장사같은 은행이 있는가 하면, 콜과 풋의 끊임없는 제로섬 게임 속에서 대박을 내는 이도 있고, 꾸준히 손해를 보면서도 은행의 ‘안했으면 더 손해!’라는 선전 문구에 안심하며 보험으로 여기고 그냥 돈을 버리는 이도 있겠다. 전세계의 유통 자금중에 95%가 바로 이 파생 상품과 관련된 자금이라고 하니,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겠다.
물론 판에 대해 잘 모르고 뛰어 들어, 두들겨 맞고 나오는 이도 있다. SK증권은 JP모건의 이점에 넘어가 말도 안되는 다이아몬드 벼락부자가 되려다 기업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갑작스럽지만, 영국인들은 축구에 열광한다. 그들의 팀이 승리했을 때 기뻐하고, 환호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린다. 소설 Nick Hornby의 Fever Pitch에서 나오는 것처럼 뼈속까지 아스날 팬이기 때문에 환호하는 경우도 많지만, 때로는 도박을 했기에 승패 여부에 그들의 돈이 달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 전역에서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는 Ladbrokes, Williamhill등 축구 및 경마 복권 경마소에서 도박을 즐기며, 스카이스포츠 홈페이지와 맨유 홈페이지는 웹상에서 이전 데이터를 제공하며 도박을 종용하기도 한다. 나아가 런던의 최고의 명문 구단, 토트넘은 인터넷 카지노사인 Mansion과 4년간 스폰서 계약을 맺은 것(사진! 내년 시즌 무조건 사야하는 유니폼이다!)은 물론 올해 UEFA컵 돌풍의 주인공 미들스보로는 이미 온라인 카지노업체 888.com과 계약을 맺고 있다.
축구와는 관련이 없지만 옆의 기숙사는 한 학기를 마치는 Summer Ball에서 하이라이트인 3차로 정장을 한 채, 노팅엄 시내의 커다란 갈라 카지노로 갈 것이라고 하니, 성급한 일반화이긴 하나 영국인들의 도박에 대한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을 할 수 있다.
이토록 도박을 좋아하는 영국인들이 옵션과 연루된 케이스를 굳이 찾는다면? 1995년 250년 역사의 영국 베어링 은행이 한 딜러가 일본 주가지수에서 양매도 포지션을 걸어 놓았다가 지진으로 주가가 폭락 결국 은행에 10억 파운드의 손해를 안기고 결국 은행이 파산했던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사건이 떠올랐다. 세계 어느 경제보다 안정적이었던 일본의 주식시장에 대해 그는 확신을 하고 있었고, 이외에 대해서는 헤징을 하지 않는 도박을 했고, 주가지수의 추락을 보면서는 특유의 대범한(?) 호연지기를 발휘, 결국 옵션은 지렛대 효과를 통해 80일간의 세계일주에도 등장하는 유수의 은행까지 망하게 한 셈이다!
그냥 웃고자 한 극단적인 예이나, 도박 근성이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고 아울러 대처 수상의 적극적인 시장 개방과 맞물려, 그들의 열정적인 정신이 영국 그리고 런던을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이끈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파생상품에서 앞서가려면? 정부는 제로섬 게임인 도박을 좀더 국민들에게 개방하라! 물론 이런 고민전 개인적으로 필요한건 기업재무 시험을 잘 보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