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지막 하루.

AM 07:00 어제 부모님과 함께 기숙사를 떠났던 Andy가 내 페이스북(영국판 싸이) 대문에 글을 남겨주었다. 녀석.

AM 08:30 아침 식사. 친구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어제 윌로비를 외치면서 과음을 한 것이 분명하다.

AM 10:00 내가 듣기엔 다소 벅찬 Translation between Chinese and English 수업에 달려가다. 프로젝트를 나눠주고 있는데, 나를 끊임없이 도와주는 홍콩 친구 두명이 오지 않아 프로젝트를 선정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다. 내일이 방학이기에 프로젝트만 선정하고 종강.

AM 12:00 은행 가는 길에 축구광 친구 MARK와 부모님이 짐을 싸고 그의 부모님차로 싣고 가는 길을 배웅하다. 부모님 역시 토트넘의 광팬이신지라 토트넘 경기 같이 봤다고 하는 말에 그렇게 기뻐하실 수가…

AM 12:30 지훈이형과 유로화 환전을 하고 은행잔고를 보니 썰렁하다. 썰렁함을 잊기 위해 지난번 너무 맛잇게 먹었던 Scone을 베이커리에서 사와 허전함을 달래다.

PM 02:30 3시까지 과제 제출이 있다. 친구와 서로 에디팅을 해주고, 프린트를 할 곳을 찾는데, 옆방 Stu가 자기 프린터를 그냥 쓰란다.

PM 03:00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꿈자리가 안좋으시다며 건강 유의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PM 04:00 헬스클럽에 가서 땀을 흘리고 왔는데, 옆방의 Phil과 Stu가 짐을 다 싸고 있다. 감기 기운에 훌쩍거리면서도 끙끙거리며 도와주다.

PM 04:40 Stu의 부모님이 오셔서 인사드리고, 짐을 싣고 두놈의 친구를 배웅하다. Stu의 아버님이 자기 자식을 조심하라고 충고해주신다. 씩 웃다. 그리고 시끄러운 카운터스트라이커의 총소리, 귀를 찢을 듯한 음악소리가 사라지다.

PM 05:00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주었던 연대 교환학생 영욱이형이 옆 기숙사에서 떠나다. 같이 술한번 제대로 마셔본적이 없지만 그래도 추후 만남을 기약하다.

PM 06:30 역시 내일 떠나는 혜진이와 케냐로 돌아가는 페이 그리고 루마니아로 돌아갈 생각에 입이 찢어진 베로니카와 저녁을 먹는데, 먹는 도중에 남은 친구들이 “Willoughby is wonderful!” 기숙사 응원가를 부르다.

PM 09:00 욕탕에 뜨거운 물을 가득담고 몸을 푹 담근채, 레몬차 한잔과 유럽 가이드북을 들썩거리다. 지나치게 조용한 목욕탕에 현기증을 느끼다.

PM 10:30 내일 아침엔 나도 떠나야 하기에 짐을 챙기기 시작하다. 이번엔 내가 음악을 크게 틀어놓다! 다시 돌아올 걸 뻔히 알면서 바보같이…

한달간 부활절 방학을 맞아 여행을 떠납니다! 건강하게 잘 다녀올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 아울러 늘 행복한 일들만 가득한 멋진 4월 맞이하시기를~


마지막 내 방 모습.

5 thoughts on “어떤 마지막 하루.”

  1. 정말 알차게 잘 지내고 계셨군요~ 게다가 여행이라니.. 어디로 여행가시는지 궁금한걸요~ 다녀오셔서 멋진 사진과 재미난 여행기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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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공학원(^^)에서 근무중인 김상효입니다.
    db실에서 DB!!입력하다가 한줄 남깁니다.
    영국에 가 계셨군요.
    글이 읽기 편한데다 무척 재미있어서 한번에 좌악 다 보게 되었습니다.
    이곳을 나가서 멋지게 활약하는 모습을 읽다 보니, 코끗이 찡해지네요..~~
    이곳에 계실때 조금이라도 말씀을 나누고 했더라면 하나라도 더 얻고 배웠을 것을…하는 후회가 마구 듭니다. DB실 와서야 이 블로그를 알게 되었네요.

    크으윽.~~~!!
    아닙니다..사실 이 블로그를 알게 된지 꽤 되었습니다. 한 4달 ~정도?ㅠㅠ
    이곳을 통해서 스티브 잡스도 알고 iceo도 읽게 되었지요..파도없는 이곳의 일상에서 여러가지 자극도 받고 말이지요..
    트랙백이 늦은 이유는….사실…글을 올리는데 필요한 조그마한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해해 주시겠지요..?ㅠㅠ

    아~`주욱주욱 뻗어나가는 모습 정말 부럽습니다…^^ 타국생활 건강유념하시고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립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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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두분다 감사합니다! 지금은 네덜란드와 벨기에 국경 사이의 작은 시골 마을의 친구집에 와있습니다. 연대로 교환학생을 왔던 친구라 그런지 정말 좋은 집에서 풍족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부모님들께서 잘해주실때는 그만 집 생각이 나서 가슴속 아련한 기분이…^^;; 친구 컴퓨터에 한글이 깔려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한국에 관심이 많은지 아시겠지요?ㅎ 여행을 마치는대로 사진과 여행기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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