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경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온전한 하루의 휴식을 얻었다. 실수했던 아찔했던 순간이 계속 머리에 머무르고, 고생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잡생각으로 머리속이 가득해 온전한 수면을 취할 수 없었다. 피로 1g이라도 덜고 여행길에 오르기 위해, 수영장으로 눈을 뜨자 마자 직행했다. 제국호텔의 수영장은 정말 관리가 잘되었다.
1년여만의 여행. 신났다.
임채석 형님의 동경 맛집 바이블에 따라 걸어서 처음 찾아간 곳은 라멘집이었다. 시오마루(しお丸)라는 라멘집. 소금라면을 먹었어야 했는데, 일본어 어리버리하게 주문을 해서 난 미소 라멘으로 주문했다. 국물이 정말 시원한데, 다소 짭쪼름했다.
주린 배를 채우니 어느새 기운이 나더라. 일본에 온 목적이 면접인지라, 나도 모르게 사원으로 발걸음이 갔다. 엄청난 고난의 계단을 거쳐 도착한 아타고 신사에서 소원을 빌었다. (제발 한 곳만이라도) 합격 그리고 내 사람들 모두 건강하기를!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했던 공간, 츠타야 서점. 많은 젊은이들이 독서에 열중하고 있었다. 서점이라기 보다는 쉬어가는 공간에 가까웠으며, 스타벅스가 표방하는 3rd place 이상을 현실에서 구현한 느낌이다. 롯폰기 점과 함께 츠타야 서점을 볼 때마다, 왜 그렇게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을 채워주는 공간이라고 츠타야를 칭송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긴자에 위치한 소니 빌딩. 곧 재개발되어 소니 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비싼 땅위의 10층 건물을 지상 3-4층의 공원으로 재개발한다고 해서 갸우뚱했는데, 소니라면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어릴적 나의 로망이었던 타미야 프라모델. 플래그십에서 프라모델이 플라스틱 모델의 약자임을 깨달았다. 여전히 타미야의 RC카는 멋졌다. 팩토리 내부에서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나는 장어를 진심 사랑한다. 전날 함께 면접을 봤던 일본 친구들에게 우나기동을 꼭 먹겠다고 자랑까지 했는데, 드디어 장어의 끝판왕을 맛보았다. 미슐랭 1스타를 받은 ‘노다이’는 200년이 넘은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이곳에서 6,400엔 코스 요리를 주문했다. 차례대로 우나기 젤리 – 우나기 소금구이 – 우나기동 – 계란찜 – 디저트 푸딩. 진짜 우나기 코스 요리만을 위해 도쿄행 비행기표를 티케팅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우나기집 바로 옆에는 악세사리로 도쿄 타워가 있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밤에는 커피바케이에서 싱글몰트 위스키로 마무리. 요새 히비키와 야마자키는 중국인들이 싹 쓸어가는 턱에 수출이 제한되며 한국에서는 부르는게 값이다. 일본은 위스키가 정말 싸다.
내 모든 감각을 깨웠던 맥캘란 Speyside Cask Selection. 우리나라는 병당 세금을 부과하기에 위스키를 캐스크 단위로 수입하면 불법이다. 캐스크에서 막 나온 그 맛은 그 순간 만큼은 그동안의 고생을 모두 잊게 해주었다. 최고!
취한 상태에서 걸어서 돌아오는 길에 만난 고질라상.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귀엽다.
어제 인터뷰를 보았던 Otemachi Financial City. 나도 모르게 계속 바라보게 되는 애증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