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팅엄 대학 앞에는 비스톤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읍 정도 규모의 조그만 시내가 있다. 지난 1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신기했던 점은 오후 4시 반이 되면 전원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문을 다 닫아 버리는 것이었다. 하긴 겨울에는 해가 4시면 지니 그 이상 정육점, 슈퍼, 베이커리 등이 영업을 하고 있으면 굉장히 어색하겠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했다. 물론 대도시 런던은 조금 더 지나서 문을 닫더군…역시 땅값이 비싸야, 본전을 뽑기 위해 열심히 일하나 보다.
아무튼 제품을 판매하는 야채가게에서부터 미용실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상점까지 오후 4시 반이면 일제히 문을 닫아버리는 이 곳 영국에서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은 곳이 있으니 바로 대학 안의 도서관이다.
지금 막 방송이 나온다. 현재 시간 오후 9시 반인데, 30분 후에 안내 데스크의 문을 닫겠다고 말이다. 지나칠 정도로 친절한 말투다. 이전 회사에서 근무할 때, 9시 전후가 되면 피곤에 쩌들고, 귀찮니즘이 머리끝까지 가득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기말고사가 다가와, 공부를 좀 해보겠다고 노팅엄 대학 경영대학의 도서관에 처음 들어와 몇시에 문을 닫냐고 물어보니, 직원이 황당해 하면서 반문한다. 우리는 문을 닫지 않는다고… 바로 옆 책이 가득한 열람실이 밤새 문을 닫지 않는다고??
우리네 경우 독서실 필이 가득나는 고시원형 열람실의 경우, 24시간 열람을 허용하나, 책을 빌릴 수 있는 열람실의 경우, 빠르게는 5,6시, 늦게는 8시정도에 문을 닫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책을 빌리지 않더라도 학생들은 책을 훔칠지도 모르는 잠정 도둑으로 몰린 채, 그곳에서 쫓겨난다.
전혀 다른 세상같다. 은행 계좌를 만들 때, 클럽에 입장할 때 그토록 철저히 아이디 검사를 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지만, 대학내 도서관은 학생들을 우직하게 믿는다. 무인 대여기가 있어 학생들은 밤새 책을 보다 휠 받으면 바로 대여를 할 수 있다. 대여의 종류도 단기 대여에서 장기 대여 그리고 방학 대여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초과 근무를 끔찍히도 싫어하고, 상점에서 그토록 무뚝뚝한 영국인들이 대학내 도서관의 직원의(도서관 바로 앞의 학생회관의 상점 역시 마찬가지!) 가면을 쓰면 학생들을 사랑하는 눈으로 바뀌고 학생들이 공부하는 한, 옆에서 꼭 지키고 앉아 있는다.
이것이 바로 영국이 대학생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사진은 현재 내가 밖을 쳐다 보고 있는 쥬빌리 캠퍼스의 일명 사발면 도서관! 꼭 시험때는 이런 한마디가 하고 싶다! 워낙 많이 놀아서 공부좀 해보려고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있는데, 안그래도 그쪽 분야에 머리가 굳어 있던 재무의 duration, interest rate swap 등이 나와 짜증내며 랩톱에 투털거리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참 단순해…